부동산 부동산일반

‘한국형 선분양’ 주목하는 해외, HUG 분양보증 벤치마킹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1 17:51

수정 2022.06.01 17:51

공기업 보증하는 시스템 문의 늘어
베트남, 2014년 법개정 통해 준비
카자흐, HUG 같은 보증기금 설립
나이지리아는 특사단 방문해 협력
지난달 13일 서울 그랜드하야트서울에서 권형택 HUG 사장(왼쪽 두 번째)과 자이납 삼수나 아메드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HUG 제공
지난달 13일 서울 그랜드하야트서울에서 권형택 HUG 사장(왼쪽 두 번째)과 자이납 삼수나 아메드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HUG 제공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한국형 분양보증' 제도가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한국식 선분양시스템에 관심이 높은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HUG의 분양보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HUG의 분양보증 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글로벌 문의가 늘면서 HUG는 국제 협력 확대에 힘쓰고 있다.

■한국형 선분양시스템, 해외 관심

1일 HUG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이 HUG의 한국식 선분양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선분양은 주택의 준공 전에 분양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1970~1980년대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주택 수요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분양기회를 제공받는 한편, 사업자는 분양자금(계약금, 중도금)을 활용해 공사비 자금조달 부담을 덜고 보다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외 국가가 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공기업이 전담해 분양을 보증하는 한국 특유의 시스템 때문이다. 선분양 제도가 정상 작동하려면 분양계약 이행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핵심이 HUG에서 전담 하는 '분양보증' 제도다. 분양보증은 건설사 등 사업주체가 부도·파산 등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보증기관에서 분양의 이행 또는 분양계약자가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보증이다.

현재 30가구 이상 주택을 선분양하는 주택 사업자는 HUG의 분양보증이 있어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할 수 있다. HUG는 1993년 상품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분양보증을 통해 총 630만가구에 대해 신용을 공급(1108조원)해 분양계약자를 보호하고 주택공급을 촉진했다.

HUG 관계자는 "선분양제도는 사업자의 파산 등으로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는데, 이를 HUG의 주택분양 보증제도가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분양보증 해외전파 첫 물꼬

HUG와 가장 먼저 교류의 물꼬를 튼 나라는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은 선분양 제도를 운영하면서 시행사 도산으로 사업이 장기간 방치되는 사례가 많아 한국의 선분양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은 HUG의 정책제안에 따라 2014년 11월 부동산사업법을 개정하고, 2015년 7월 주택법을 제정해 분양보증제도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자본금 부족으로 별도 기관은 설립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지정한 은행에서 보증을 발급하고 있어 현재 분양보증이 활성화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은 HUG를 벤치마킹해 2016년에 분양보증 관련법을 제정하고, HUG처럼 분양보증을 책임지는 주택보증기금(HGF) 설립을 추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카자흐스탄 정부는 건설사 파산 등으로 선분양 문제점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은 한국형 분양보증 제도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모범사례로 꼽힌다. 카자흐주택공사(KHC)는 2017년 이후 올해 1·4분기까지 148개 사업장(4만4624가구)에 대해 약 2조원의 분양보증을 공급했다.

지난달 13일에는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나이지리아 특사단이 HUG를 방문해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이밖에도 HUG는 국토교통부 주최 개발도상국 인프라 고위공무원 초청연수 추진 기관으로 최근 2년 연속 선정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연수를 제공한 바 있다. 2018년 필리핀 주택모기지금융공사(NHMFC), 2019년 콜롬비아 핀데테르(Findeter)와도 한국형 분양보증 제도 전파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HUG 관계자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인 분양보증 제도를 도입한 지난 1993년 이후 70% 수준인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빠르게 증가해 현재 103%를 넘어섰다"며 "최근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공기업이 전담하는 한국형 분양보증 제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카자흐스탄과 같은 성공사례가 향후에도 계속 나올 수 있도록 국제협력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