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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에 화상까지 입혀"…'러 점령' 헤르손서 주민 고문 증언

기사내용 요약
반러 운동, 저항 등 이유로 고문…이유 없는 구금도
강간 뒤 총상, 사타구니 전기 고문, 인두로 지지기도
탈출 시 기록 삭제해 증거 사라져…직접 증언 필요

[헤르손=AP/뉴시스] 지난 3월5일(현지시간) 헤르손 주민들이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이라고 쓰인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반러시아 집회를 하는 모습. 2022.06.02.
[헤르손=AP/뉴시스] 지난 3월5일(현지시간) 헤르손 주민들이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이라고 쓰인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반러시아 집회를 하는 모습. 2022.06.02.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 주민들이 러시아군에 끌려가 고문당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러시아군에 고문당한 헤르손 주민들의 증언을 수집해 보도했다.

헤르손주 작은 마을 빌로제르카 대표 중 한 명인 올렉산더르 구즈씨는 "러시아군이 내 머리에 주머니를 씌웠다"며 "나에게 신장이 남아나지 않을 거라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구타로 온몸에 멍이 들기도 했다.

징집병 출신인 구즈는 현재 빌로제르카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공공연한 반러시아주의였다. 구즈의 배우자도 친우크라이나 집회에 참석하는 등 반러 운동을 했다.

구즈씨는 러시아 침공 당시 군대가 마을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저항했으며, 점령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군이 구즈를 찾아왔다고 했다.

구즈씨는 "내 목과 손목에 밧줄을 묶은 뒤, 심문하는 동안 다리를 넓게 벌리도록 했다"며 "심문에 답하지 않을 땐 다리 사이로 구타했다"고 전했다. 이어 "쓰러졌을 때 숨이 막히기 시작했고, 다시 일어서려고 할 때마다 구타당했다"고 했다.

헤르손주 한 독립 매체 기자인 올레 바투린씨는 "러시아군이 무릎 꿇으라고 외쳤고, 내 얼굴을 가린 채 손을 등 뒤로 밀어 넣었다"며 "그런 뒤 등, 갈비뼈, 다리를 구타했으며 기관총으로 엉덩이를 찼다"고 전했다.

바투린씨는 러시아 침공 며칠 뒤 러시아군에 납치됐으며, 8일간 구금됐다. 고문으로 갈비뼈 4개가 부러졌으며, 구금되는 동안 다른 주민들이 고문당하거나 한 청년이 모의 처형되는 걸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구즈씨와 바투린씨는 현재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지역에 체류 중이다.

[바흐무트=AP/뉴시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구조대원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아파트 잔해 속 숨진 민간인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2.06.02.
[바흐무트=AP/뉴시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구조대원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아파트 잔해 속 숨진 민간인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2.06.02.

익명을 요구한 헤르손 지역 의사 A씨는 BBC에 "(피해 사례 중에는) 혈액종, 찰과상, 자상, 감전, 손 결박, 목 교살 흔적 등이 있었다"며 "신체가 절단된 흔적도 봤다"고 전했다. 발과 손에 화상도 입었으며, 한 환자는 모래로 가득 찬 호스로 구타당했다고 했다.

A씨는 "성기 화상, 성폭행 당한 뒤 머리에 총상 입은 소녀, 등과 배에 인두로 입은 화상 등이 가장 심한 사례"며 "한 환자는 사타구니에 자동차 배터리 전선 두 개를 부착한 채 젖은 천 위에 서 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치료를 받지 않은 중상자들도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A씨는 "일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집에 머무르고 있으며, 일부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주민들에게) 가족들을 살해할 거라고 말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군에 끌려가 고문당한 이유에는 러시아 편에 서지 않거나 반러 집회에 참여한 경우, 방위군 합류, 가족 구성원이 친러 분리주의 세력에 맞서 싸운 경우 등이 있었다. 일부는 이유 없이 끌려갔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헤르손주를 장악했다. 이후 방송국은 러시아 국영 TV로 대체됐으며, 서구 제품은 러시아 대체품으로 바뀌었다. 주민들이 사라지는 사례도 증가했다.

최근에는 헤르손을 포함한 점령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러시아 시민권 발급 절차가 시작됐으며, 이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르면 올여름 러시아 편입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될 전망이다.

[부차=AP/뉴시스] 지난 4월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한 묘지 근로자가 전쟁 중 숨진 민간인의 시신을 매장한 뒤 잠시 휴식하고 있다. 2022.06.02.
[부차=AP/뉴시스] 지난 4월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한 묘지 근로자가 전쟁 중 숨진 민간인의 시신을 매장한 뒤 잠시 휴식하고 있다. 2022.06.02.

점령이 장기화하면서 고문 등 피해 증거를 보전하는 일은 어려워지고 있다.

탈출 주민들은 러시아 검문소에서 제지 및 구금될 것을 우려해 휴대전화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전부 삭제하고 있다. 구즈씨도 피해 사진을 삭제하기 전 증거 보전을 위해 해외에 체류 중인 아들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이 때문에 고문 피해 사례를 입증하기 위해선 피해자들과 직접 대화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BBC는 지적했다.


유엔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고문과 실종을 우려하고 있다.

HRW의 벨키스 빌은 BBC가 입수한 고문 사례가 단체가 들은 증언과 일치한다며, 러시아군이 점령 지역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자의적 구금, 실종, 고문 등 학대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BBC는 러시아 국방부에 이같은 증언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지만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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