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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코로나 봉쇄령 끝나 내 책 덕 봤다"

뉴시스

입력 2022.06.02 17:56

수정 2022.06.02 17:56

기사내용 요약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내한 기자 간담회
20220 공쿠르상 수상작...프랑스서 110만부 판매
"한국 잘 알지 못하지만 '부산행' 흥미롭게 봤다"
5일 서울국제도서전 참석 강연

[서울=뉴시스] 2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에르베 르 텔리에 작가 (사진=민음사 제공) 2022.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에르베 르 텔리에 작가 (사진=민음사 제공) 2022.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내 작품은 코로나19 봉쇄령 해제의 수혜를 입은 작품이다."

프랑스 '2020 공쿠르상'을 수상한 에르베 르 텔리에가 2일 내한해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수상작 '아노말리'가 민음사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면서다. 공쿠르상은 노벨문학상, 부커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그는"(2020년) 공쿠르상 수상자 발표를 한 날이 봉쇄령이 해제돼 서점들이 문을 여는 날이었다"며 "봉쇄령이 풀리니 그동안 책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서점으로 돌진해 내가 덕을 봤다"고 말했다.

'아노말리'는 공쿠르상 수상작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프랑스 내에서 판매량이 많았던 작품이다.
기존 수상작들이 30~40만부가 판매된 반면 그의 책은 3배가 넘는 110만부가 판매됐다.

에르베 르 텔리에는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1991년 첫 단편을 발표한 이후 단편·장편·연극 대본 등 30여 편의 작품을 쓴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다. 수학자이자 과학 전문기자, 언어학 박사 학위를 가진 언어학자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 아노말리 (사진=민음사 제공) 2022.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아노말리 (사진=민음사 제공) 2022.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노말리, 한국 첫 출간...여객기서, 분신처럼 똑같은 사람들 싣고 난기류 겪어

이 책은 텔리에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이자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책이다. ‘아노말리’는 ‘이상’, ‘변칙’이라는 뜻으로, 주로 기상학이나 데이터 과학에서 ‘차이 값’, ‘이상 현상’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파리에서 뉴욕 간 여객기가 3개월이라는 시간 차를 두고 분신처럼 똑같은 사람들을 싣고 동일 지점에서 난기류를 겪은 전대 미문의 사건을 그렸다.

"이 책을 처음 구성할 때 저는 자신과 똑같은 분신을 대면했을 때 인간이 어떻게 반응할까가 궁금했어요. 이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단편을 먼저 쓰기 시작했지만 여러 인물의 다양한 반응을 다루고 싶어 장편으로 자세히 쓰기로 마음먹었죠."

그는 자신의 분신을 마주한 인물의 반응과 상황을 16개나 구상했지만 최종적으로는 8명만을 선별해 소설에서 다뤘다. "각 반응에 어떤 형태와 성격의 인물이 좋을까" 고민한 그는 분신을 만들었을 때 자기살인을 하는 인물은 살인청부업자로 만들어 스스로를 제거하게 하고 자기희생을 하는 인물은 3개월 사이 임신을 하게 된 젊은 여성으로 설정하게 됐다.

인물들을 설정한 뒤에는 그에 맞는 문학적 스타일을 부여해 문학성을 높였다. "각자 인물의 특성에 맞는 문체로 텍스트에 구현하려 했어요. 살인 청부업자의 이야기는 스릴러의 법칙을 지키려 했고 작가의 이야기를 쓸 때는 문학 분석적인 장르로 만들려고 했죠."

왜 3개월이었을까?

텔리에 작가는 "3개월, 정확히는 106일이라는 시간은 자기 자신과 대면했을 때 물리적으로 겉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는 동시에 삶 속에는 본질적인 변화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대중성을 위해서 다양한 장치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집중력을 끌고 가기 어려울 수 있는데 독자들이 책을 놓지 않게 하기 위해 베스트셀러들의 법칙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소설의 각 장의 마지막을 절묘하게 끊어 다음 장의 내용이 궁금하게 만드는 식이다.

소설의 모티프가 된 작품도 소개했다. 그는 "자기 자신과의 대면"이라는 아이디어는 몇 년 전 '타인'이라는 소설에서 읽고 여기서 착안해 '아노말리'를 쓰게 됐다. '타인'은 30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과거와 현재의 '나'가 이야기를 나누는 단편 소설이다.

[서울=뉴시스] 2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에르베 르 텔리에 작가 (사진=민음사 제공) 2022.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에르베 르 텔리에 작가 (사진=민음사 제공) 2022.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잘 알지 못하지만, 영화 많이 봐..."부산행 재밌게 봤어요"

한국에 처음 온 그는 "한국을 잘 알지는 몰랐다"면서 "그래도 프랑스에서 봉쇄령 기간 때문에 한국 영화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 오징어게임, 부산행을 재밌게 본 작품"으로 꼽았다. 특히 영화 부산행에 대해 "좀비 자체를 심층적으로 다룬다기보다는 좀비의 출연 이후 사회 군상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세상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기 때문에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공쿠르상이 불어를 원어로 한 작품에만 수여돼 한국 작가 등 해외 작가들의 접근은 쉽지 않다. 그는 "번역본에도 수여하면 좋겠지만 내가 심사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뚜렷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다. 아직 이렇다 할 변화는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은 그가 속해 있는 문학 창작 집단 ‘올리포’에 바치는 작품이기도 하다.
2019년부터 모임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올리포를 “제약적인 글쓰기를 실험하는 국제적 모임”라고 소개했다. 올리포는 레몽 크노, 조르주 페렉 등 세계적인 작가들과 마르셀 뒤샹 같은 예술가들도 속해있던 실험적인 창작 집단이다.


한편, 텔리에 작가는 오는 5일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아 'OTT 시대에 소설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강연을 진행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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