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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오래 살까 두렵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2 18:33

수정 2022.06.02 18:33

[fn광장] 오래 살까 두렵다
사람의 수명은 빠르게 길어지고 있지만 길어지고 있는 인생을 행복하게 채울 준비는 되고 있을까.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에는 62.3세였으나 2020년에는 83.5세로 늘어나 21년이 증가했고, 2060년에는 90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행복의 반대 측도라고 할 수 있는 노인자살률(인구 10만명당 24.6명)과 노인빈곤율(38.9%)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것을 보면 오래 사는 것이 오히려 두렵게 느껴진다.

나이 들어 행복을 위협하는 것은 돈, 병 그리고 외로움이라고 한다. 2020년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 중에 공적연금 수급자 비율은 53.1%에 불과하다. 노인고용률이 34.1%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다행일까. 어르신 중 본인이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분의 비율은 23.4%에 불과하고, 장기요양 인정자 비율도 12.6%에 이른다. 가구 유형으로 보면 1인가구가 34.2%, 노인부부가구가 33.0%로 노인 중 3분의 2가 자녀와 함께 살고 있지 않다.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부모 부양책임을 묻는 질문에서 2002년에는 가족이라는 응답자 비율이 70.7%, 국가 등 사회는 19.7%였지만 2018년에는 가족 응답자 비율이 26.7%로 감소한 반면 국가 등 사회는 54.0%로 늘어났다. 반면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2002년 9.6%에서 2018년에는 19.4%로 증가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국가나 사회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와 같이 고령화 속도가 빠른 국가에서는 늙음에 대하여 충분히 생각할 겨를도 여유도 없이 속절없이 노령에 이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하고 싶어도 때가 되면 은퇴를 강요당하는 현실에서 노년을 대비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현재 이미 고령기에 있는 어르신들은 자녀의 성공을 위하여 본인의 삶을 희생한 대표적 세대이다. 이제 막 고령기에 들어가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는 준비된 노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미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전통적 가족에 의한 부모 부양 기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와 국가가 가족의 기능을 상당 부분 들어주지 않으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힘들다. 문제는 국가가 할 수 있는 여력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는 것처럼 하는 것도 공허하다. 비용부담의 주체인 근로세대가 감소하고 지원이 필요한 노년계층이 더욱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가 해야 할 것과 개인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원칙이 필요하다.

고령사회가 진전될수록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도는 더 확대된다. 근로기간보다 노년기간에 불평등이 더욱 커지는데, 이는 근로기간에 벌어진 불평등이 노후 준비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여기에 근로세대와 노년세대 간의 불평등은 기본적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국가가 과도한 노년기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재정여력의 한계 속에서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과 기초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 등의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제도 사이에 빠져 있는 부분을 촘촘히 채우면서 급여 간의 중복을 제거하기 위한 재구조화 작업이 요구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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