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형서점서 판매상품 훔친 절도범…대법 "주거침입죄는 아냐"

뉴스1

입력 2022.06.03 06:02

수정 2022.06.03 09:11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물건을 훔칠 목적으로 서점에 들어갔더라도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했다면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절도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진열대에 놓여있던 약 30만원 상당의 이어폰을 훔친 것을 포함해 같은해 9월까지 5회에 걸쳐 약 230만원 상당의 재물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물을 훔칠 목적으로 침입한 혐의(건조물침입)도 함께 적용됐다.

1심은 절도 혐의와 건조물침임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동종 절도 범행으로 몇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특히 집행유예 기간 중에도 자숙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도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판단을 유지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두 가지 혐의 중 주거침입 혐의는 유죄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는 주거침입죄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변경된 판례가 적용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3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경우, 설령 영업주가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다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종전 판례는 일명 '초원복집' 사건에서 나온 판례였다. 초원복집 사건이란 김기춘 당시 법무부 장관 등 정부 측 인물들이 부산 초원복집에 모여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관권 선거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것이 도청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도청장치를 설치한 당 관계자들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당시의 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라 하더라도,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들어간 것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 판례가 최근 변경된 것이다.

대법원은 "A씨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교보문고에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고, 달리 건물 관리자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범죄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판결에는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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