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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통령·한은총재 물가 회동을 제안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3 14:36

수정 2022.06.03 14:52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장보러 가거나 밖에서 밥 먹는 게 겁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5.4% 올랐다. 밥상물가 또는 체감물가는 이보다 더 높다. 일부에선 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출근길에 우리 경제가 태풍 속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재진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묻자 "집에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거 못 느끼십니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6·1 지방선거 결과보다 물가 나아가 경제를 바로잡는 게 더 시급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제일 문제가 물가"라고 말했다. 이는 3일 '태풍' 발언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의 인식은 전적으로 옳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한 이유가 뭔가. 자기 편만 챙기는 정략적 진영논리에 빠져 민생을 팽개쳤기 때문이다. 윤 정부와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물가를 단순 경제 사안으로 보다간 큰코다친다. 여러 나라에서 물가는 종종 반정부 시위를 부를 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가를 대하는 방식도 합리적이다. 추 부총리는 5월말 기자들과 만나 "물가를 강제로 끌어내릴 방법이 없고 만약 그렇게 하면 경제에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기업이나 자영업자 팔을 비틀어 물가를 억제하던 시절은 오래전에 끝났다. 정부는 5월 30일 식용유·밀가루 등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등 민생 대책을 발표했다. 억지를 부리지 않아 다행이다.

문제는 물가를 잡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만나 인플레이션 대책을 논의했다. 뾰족한 수는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저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응하는 내 계획은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기본 입장에서 출발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사실 이날 회동은 대통령과 연준 의장이 만났다는 것 외에는 별 내용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시장에 주는 의미는 크다.

우리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국제 유가, 농산물 값이 뛰는 걸 우리가 막을 순 없다. 이럴 때 정부와 중앙은행은 꾸준한 소통으로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뛸지,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지, 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지 등을 놓고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
매를 맞아도 이유를 알고 맞으면 화가 덜 난다. 갑자기 날아오는 펀치가 최악이다.
첫 단추로 윤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 이창용 한은 총재를 만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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