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민선 8기’ 벌써부터 반도체 공장 유치전…기업들 곤혹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5 18:11

수정 2022.06.05 18:11

반도체 기업 유치 내건 당선인들
무리한 공약 이행에 기업 압박 우려
업계 "지역 경제 활성화에만 초점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빠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SK하이닉스 이천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이천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6·1 지방선거 당선인들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반도체 공장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기업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기업들은 중장기 계획에 맞춰 투자를 진행하는데다 우수인력 유치, 협력업체와의 원활한 협업 등을 위한 입지 여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정치권의 무리한 공약에 보조를 맞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도지사 당선인은 선거 직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원주 부론국가산업단지에 유치하는 공약 이행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원주가 수도권 접근성이 용이하고, 수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을 유치 근거로 내세웠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선제적 유치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삼성전자 측과 담판을 짓겠다고 강조했다. 원강수 원주시장 당선인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 등 반도체 클러스트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 당선인은 반환 예정인 캠프 스탠리 약 66㎡ 부지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유치 공약을 내놨고, 백영현 포천시장·주광덕 남양주시장·강수현 양주시장 당선인 역시 지역 내 반도체 기업 유치를 약속했다. 지자체들이 반도체 공장 유치에 사활을 거는 건 일자리 확대, 세수 증대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치권의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에 난감해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입지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수도권과 접근성, 공장과 연구소 및 소재·부품·장비 등 협력업체와의 근접성, 용수·전기의 원활한 공급, 수출 물류의 항공 의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내놓은 반도체 공장 유치 공약 대다수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수립한 중장기 계획에 맞춰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만큼 이를 쉽게 변경하기도 어렵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평택캠퍼스 3라인(P3)을 가동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인 평택캠퍼스에 집중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평택캠퍼스 내 3번째 반도체 생산라인(P3)을 완공하고, P4 기초공사도 진행 중이다.
향후 P5·P6까지 착공 계획을 세웠다. SK하이닉스도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구축과 동시에 충북 청주 43만3000여㎡ 부지 내 신규 반도체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글로벌 반도체 투자 경쟁 속에 선제적으로 국내외 신규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기업과 소통없는 정치권의 무리한 압박에 기업의 경영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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