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무실 출근하느니 사직서 낸다… 재택근무 찾아 이직 열풍 ['포스트 코로나' 달라진 회사 선택 기준]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5 18:34

수정 2022.06.05 18:34

재택근무 맛 본 직장인들
워라밸 찾고 육아부담에서 해방
"재택근무 필요" 절대적 지지
일손 달리는 IT업계에선
"직원 떠날라" 재택 이어가기도
중간관리자 이상 직급은
"업무 피드백 늦다" 반감 호소
사무실 출근하느니 사직서 낸다… 재택근무 찾아 이직 열풍 ['포스트 코로나' 달라진 회사 선택 기준]
#. "집에 있는 아들이 눈에 밟혀서요…."

이모씨(34)는 한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지난 5월 중순 사직서를 냈다. 재택근무가 종료된 이후부터 커지기 시작한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했던 지난 2년간은 육아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난 3월 재택근무가 종료되자 원거리 출근과 육아 부담이 더 크게 다가왔다. 매일 자택인 경기 용인에서 본사가 있는 서울 광화문까지 출퇴근해야 했다. 결국 이씨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했다.
그는 "출근 여부와 상관없이 업무 강도나 효율성은 재택근무와 비슷하다"며 "새 직장이 코로나 유행과 상관없이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어 이직을 결심했다"고 했다.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줄이고 출근제도를 부활하면서 직장인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일부 직장인은 일과 가정 양립, 원거리 출퇴근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감히 이직을 결정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년생 시절부터 재택근무가 익숙해진 '코로나 직장인' 세대들은 대면근무에 적응하지 못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노동환경이 급변하면서 신구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본다.

■근로자 80% 재택 찬성하는데…

지난 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비대면 시대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일·생활 균형'에 따르면 재택근무에 대한 근로자의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7∼9월 재택근무를 경험해본 근로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재택근무가 필요하다' '재택근무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은 각각 80%를 넘겼다. 코로나19 종결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활용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72.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들이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유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소위 '워라밸' 때문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 이후 △'일·가정 양립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이들은 32.5% △육체적 피로감이 감소했다고 밝힌 비율은 35.4% △여가시간 확보에 따른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답변한 비율은 41.8%에 달했다.

자동차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김모씨(33)는 "아이에게 부모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코로나 유행이 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족끼리 친밀감도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800곳과 상장 민간기업 900곳, 총 1700곳의 가족친화지수는 100점 만점에 46.9점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8년 40.6점보다 6.3점 상승했다. 특히 탄력근무제도(29.1점)와 부양가족지원제도(29.5점) 영역 점수가 2018년 대비 각각 11.8점, 18.3점 상승했다.

■"급격한 노동환경 변화, 갈등 표출"

이 같은 시대흐름을 반영해 '일상회복'의 분위기에도 재택근무 기조를 이어가는 업체도 있다. 대표적으로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로 불리는 주요 IT기업이다.

경기 성남 판교에서 IT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재택근무를 안 시켜주면 IT업체가 아니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 근무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업종에서는 세대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 특히 기업 중간관리자급 직급과 임원급 중에선 재택근무에 대한 반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한 외국계 기업의 A이사는 "코로나 이전에도 우리 회사는 금요일 재택근무 제도 등을 시행해 왔었지만 협업 메신저를 통해 업무를 문의하면 재택하는 직원들의 피드백이 30분~1시간씩 늦어지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일부 직원의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점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입사한 직장인의 경우 대면근무 환경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한 유통업체에 입사한 한모씨(28)는 "지난달 대면근무를 처음으로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며 "선배 세대들이 이렇게 많은 회식을 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경이로움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던 노동환경이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바뀌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재택근무의 필요성 같은 근무환경에 대한 논의는 예전부터 있어왔다"면서도 "기업이 외부충격으로 인해 급격하게 환경을 바꿨고, 근로자도 이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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