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2020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대규모 석유 금수 조치를 내렸던 미국 정부가 일부 유럽 기업들에게 제재를 풀기로 했다. 이는 유럽에 들어가는 러시아 석유를 다른 석유로 바꾸려는 노력으로 추정된다.
5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더힐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유럽 에너지 기업인 이탈리아의 에니와 스페인의 렙솔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유럽으로 운송하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공식 발표는 다음달 나올 예정이며 같은달부터 선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는 “해당 석유는 유럽으로 가야하며 다른 곳에 팔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과거 에니와 렙솔은 합작투자 파트너인 베네수엘라의 국영 정유사 PDVSA가 빚을 갚지 못하고 배당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현금 대신 석유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에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모든 미국 기업이 PDVSA와 거래하지 못하게 막는 동시에 PDVSA와 거래하는 다른 외국기업도 제재하겠다고 위협했다. 에니와 렙솔은 해당 조치 이후 베네수엘라 석유를 가져오지 못했다.
외신들은 미 정부가 거래를 허가하더라도 유럽 기업들이 가져갈 석유 물량이 많지 않고 국제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유럽의 러시아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마두로 정부에게 일부 외교 성과를 안겨서 야권과 대화를 촉구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조치로 베네수엘라 석유가 중국으로 가는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정부의 제재로 베네수엘라와 거래가 끊긴 미국의 셰브런, 인도의 국영석유회사 ONGC, 프랑스의 모렐앤드프롬도 에니와 렙솔같은 부채 대 석유 교환 거래를 원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앞서 미 정부에 해당 거래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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