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플래티넘 주빌리'(즉위 70주년)를 맞아 긴 연휴가 이어진 가운데 약 200편의 항공편이 결항돼 유럽 전역 항공에서 수만 명의 영국인의 발이 묶였다.
장기간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업계에서 수많은 직원이 해고됐지만, 최근 항공편이 과도하게 팔리면서 항공사들이 급하게 항공편 취소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5일(현지시간) 기디언·BBC 등에 따르면 이지젯은 이날 80편의 항공편을 추가로 취소했다. 영국 항공, 위즈 에어 등도 잇따라 항공편을 취소했다. 이지젯이나 라이언에어 같은 저비용 항공사가 주로 이용하는 런던 개트윅 공항에서는 이날 52편의 출발 항공편과 30편의 도착 항공편이 모두 결항됐다.
이지젯 측은 "이번 일로 고객에게 혼란을 드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승객을 목적지까지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즈 에어 역시 "항공 교통 관제, 지상 운영 및 수하물 처리, 보안 등 공항과 항공사 직원 전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피해 고객들에게 전액 환불 또는 항공권 금액의 120%인 항공사 크레딧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19로 인해 항공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크게 준 상황에서 플래티넘 주빌리 등 긴 연휴가 겹치며 발생했다. 앞서 항공사와 공항은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봉쇄) 기간에 항공 여행이 중단되자 직원들을 해고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2019년 직원 수가 7만4000명에 달하던 영국 항공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3만 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개트윅 공항도 코로나19 발발 이후 40%의 직원을 해고했고, 이지젯은 직원 10%를 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들은 연휴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 측에 지원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에어 사장은 "공항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군 지원단을 투입해달라고 요청했고, 항공사들이 보다 많은 직원을 고용할 수 있게 이민 규정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랜트 샙스 교통부 장관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정부가 아닌 항공사와 공항에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항공사에서 항공편을 심하게 많이 판매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황이 단기간 내에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항공사 직원의 경우 복귀가 쉽지만, 공항 직원은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빨리 충원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제가 영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 여름휴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 등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보안 직원 부족으로 거리까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KLM 네덜란드 항공은 지난 주말 동안 티켓 판매를 중단했다.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도 직원 부족으로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보안 검색을 통과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나머지, 승객들은 항공편을 놓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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