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같이 있으니 편해” 두 은행 대기표 동시에 뽑는 어르신도 [현장르포]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6 18:16

수정 2022.06.06 18:16

‘한 지붕 두 점포’ 하나·우리 신봉점
방문자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층
양쪽 은행업무 한꺼번에 보기도
‘오후 3시’ 이른 마감에도 반색
문 닫았던 오프라인지점 재운영
이체한도로 범죄피해 위험 줄여
지난 3일 우리·하나은행 공동 점포 신봉점 창구에서 은행 업무를 처리 중인 고객들의 모습. 다른 은행 업무를 한 공간에서 처리하고 있다. 사진=김동찬 기자
지난 3일 우리·하나은행 공동 점포 신봉점 창구에서 은행 업무를 처리 중인 고객들의 모습. 다른 은행 업무를 한 공간에서 처리하고 있다. 사진=김동찬 기자
'한 지붕 두 점포'. 입구는 하나지만 외부 간판, 자동화기기(ATM), 창구 모두 다른 은행인 지점이 있다. 이 지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서로 다른 은행 직원이 방문 목적에 대한 질문과 함께 안내를 돕는다. 직원 옆에는 ATM기기가 은행별로 2대씩 설치돼 있다. 은행마다 번호표 발급기계도 각 1대씩, 직원들도 3명씩으로 짝을 맞췄다.
바로 국내 은행권 최초의 공동점포 '우리·하나은행 신봉점'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일 오전 경기 용인 수지구 우리·하나은행 공동점포 신봉점에서 만난 권석정씨(88)는 공동점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주에 한 번 공동점포를 방문한다는 권 씨는 "이곳이야말로 일석이조"라며 "주변에 은행이 많이 없는데 한 지점에서 두 개 은행 업무를 같이 처리할 수 있어서 너무 편리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소외계층 맞춤형 공동 점포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가림판 하나를 두고 165㎡ 규모의 공동점포에서 동시 영업 중이다. 지난 4월 26일, 공동점포가 문을 열기 전까지 신봉동에 있던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30자로 문을 닫았고, 하나은행 신봉지점도 같은 해 9월 13일 폐쇄됐다. 이후 본래 우리은행 신봉지점이었던 곳을 수리해 두 은행은 '우리·하나은행 공동점포'를 열었다.

공동점포는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오프라인 은행 점포가 점점 사라지면서 불편을 겪고 있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해 설립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만큼 오프라인 지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라졌던 점포가 다시 생기고 한 번에 두 개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자 고객들은 편리하다는 반응이다. 수지구에 거주 중인 이하령씨(66살)는 "이전에 은행끼리 멀리 떨어져 있을 때보다 이렇게 합쳐져 있으니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훨씬 좋다"며 공동점포의 장점을 설명했다. 공동점포 관계자는 "하루에 60명 정도 방문한다"면서 "대부분 고령층인데 편리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일반 지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도 벌어진다. 몇몇 고객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대기표를 동시에 받고 한 은행의 업무가 끝나자마자 옆자리로 이동해 곧바로 다른 업무를 보기도 했다.

공동점포는 다른 오프라인 지점과 달리 △소액 입출금 △각종 제신고 △전자금융 △공과금 수납업무 등 단순 창구업무만 취급한다. 고령층과 같은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의 불편 해소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또한 지역사회 공헌 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상품 판매도 제한 중이다. 영업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다른 은행보다 짧다.

차별화되는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동점포 신봉점에서는 소액 입출액을 현금 100만 원 이하, 이체액은 1000만 원 이하로 제한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소외 계층은 보이스피싱 위협에 자주 노출되기 마련"이라면서 "피해액을 줄이고 위험을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가능업무를 한정시켰다."이라고 설명했다.

■계단 많아 고령층 방문 힘들어

고령층이 많이 찾는 곳임에도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기가 없다는 점은 '옥에 티'였다. 2층에 위치한 공동점포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상가 입구로 진입하기 위해 내려간 뒤에 다시금 상가 2층으로 올라가야만 한다. 이번이 두 번째 공동점포 방문이라는 이모씨(55)는 "나이 든 사람들이 주로 방문하는 곳이니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고령층을 비롯한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오프라인 점포가 유지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공동점포는 추가로 신설될 예정이다. 실제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최근 경북 영주에 공동점포 개소를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창구 직원의 도움이 없으면 금융 거래가 힘든 고령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신봉동 공동점포에 대한 반응을 지켜본 이후에 공동점포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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