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건설자재 가격 폭등… '물가변동 배제특약' 발목 잡힌 민간공사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6 18:24

수정 2022.06.06 18:24

3.3㎡당 공사비 10~15% 상승
계약금 조정 조항 없거나 배제
시공사가 늘어난 비용 부담
전례 없는 건설자재 가격 폭등에 정부가 최근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공공공사와 달리 민간공사는 현실적인 구제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공사의 도급계약 시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변경을 인정하지 않는 특약이 일반적 관행이기 때문이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건설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공사비 상승 문제가 건설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주요 건설자재인 레미콘 단가는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13.1% 인상되고, 철근 값은 지난해 4월 t당 70만원에서 현재 110만원대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4월 말 기준 3.3㎡당 건축공사비는 지난해 말 대비 평균 10~15% 올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건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주택공급 차질 해소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수수료 반환 △주택도시기금 대출금리 인하 △자재 생산·유통 정보시스템 구축 △상생협의체 구축 등을 포함한 대응방안을 이달 발표 예정인 분양가상한제 개선방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에선 공사중단과 계약해지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공공사는 국가계약법과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등에 따라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공공 발주기관에는 업무처리지침을 전달했고, 조달청은 자재별 가격 인상요인을 신속 반영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반면 민간공사는 불공정한 계약 관행으로 제대로 된 공사비를 보전 받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큰 10대 건설사들 역시 이 같은 계약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공사의 발주처인 시행사들과 도급계약을 맺을 때 대부분이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걸려 있어 공사비 증액을 대부분 시공사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형 시행사에서는 '물가변동이 큰 경우 조정 논의가 가능하다'고 계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논의만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법조계에서는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시행사들은 외면하고 있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시공사와의 계약은 시행사의 설계변경과 천재지변이 아니면 변경이 불가능한 게 사실이고, 공사비 증액을 감당할 수 있는 시행사도 많지 않다"며 "소규모 시행사들은 비용부담에 따른 공사중단과 파산 등의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일 물가안정TF 회의를 열고 자재비 상승분을 정부·발주처·시공사가 분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공사현장 셧다운을 막기 위해 늘어난 공사비를 시공사가 100% 감당하고 있어 이를 분담하면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원·부자재 부담금과 부가세 등을 한시적으로 감면해 주는 방안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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