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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불만투성이 아파트 공시가격 제대로 손봐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6 18:46

수정 2022.06.06 18:46

지자체 권한이양도 바람직
국토 균형발전에도 걸맞아
윤석열 정부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 전반을 손질하기로 했다. 사진=뉴스1
윤석열 정부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 전반을 손질하기로 했다.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 제도 전반에 손을 대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에 내놓은 민생안정 대책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대선 승패를 가른 정책을 딱 하나만 들라면 단연 부동산을 꼽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다시 세우겠다고 공약했고, 당선 후엔 이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공시가격 제도 손질은 불가피하다.

공시가격 현실화 자체는 올바른 방향이다. 아파트 값이 10억원이라면 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게 맞다. 지금은 아파트의 경우 시세 대비 현실화율이 71.5%, 표준지는 71.4%, 단독주택은 57.9% 수준에 그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통해 향후 10~15년에 걸쳐 현실화율을 90%로 높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집값이 다락같이 뛰는 바람에 현실화 로드맵 정책은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집값이 뛸 땐 가만둬도 공시가격이 치솟는다. 이 마당에 현실화율까지 올리면 집주인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따라서 집값이 오를 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일시 보류하는 완충장치가 필요하다.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기간도 좀 더 길게 잡을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공시가격 제도 자체가 가진 미비점도 깊이 들여다보기 바란다. 먼저 공시가격 조사권과 결정권을 지자체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지금은 국토부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한다. 형식상 지자체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있지만 참고용일 뿐이다. 국토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지방자치 시대에 중앙정부가 전국에 있는 땅과 아파트, 연립주택, 단독주택 가격을 일일이 정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 헤아려보기 바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주도지사 시절 더 많은 권한을 지자체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 결정권은 주정부 또는 카운티, 시 정부 등 하위 지자체에 있다.

공시가격을 조사하는 방식과 간격도 합리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한국부동산원이 매년 전수조사를 한다. 그러나 조사인원 수백명이 1400만채에 가까운 공동주택을 전부 조사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같은 동, 같은 평수인데도 공시가격이 다르다며 해마다 불만이 속출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매매가 이루어진 경우에만 부동산을 재평가한다. 매매가 없으면 재평가를 아예 금지한다. 그리고 매매가 없는 기간엔 물가상승률만 반영한다. 텍사스주는 3년마다, 코네티컷주는 5년마다 재평가를 실시한다. 한국과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여러모로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지자체 권한이양, 재평가 방식, 재평가 간격 등은 배울 점이 있다.


현행 공시가격 제도는 부동산공시법에 근거를 둔다. 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이 해마다 공시가격을 조사·산정해서 공시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공시가격 제도를 바꾸려면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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