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기고] 노년기 구강건강의 중요성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8 08:30

수정 2022.06.08 08:29

이성근 대한노년치과의학회 커뮤니티케어위원회 위원장
이성근 대한노년치과의학회 커뮤니티케어위원회 위원장

[파이낸셜뉴스] 치아는 5복(五福)인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중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치아가 노년기 건강과 관련된 수(壽), 강녕(康寧), 고종명(考終命)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생애 마지막까지 스스로, 자기 입으로 음식을 먹고, 이후 스스로 칫솔질을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자기완성이 있을까. 이에 필자는 노년기 건강에서의 구강건강의 중요성과 구강관리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나이가 들어가면 치아 사이에 틈이 생기면서 음식물이 끼인다. 하지만 입안의 감각이 무디어져 있어서 잘 느끼지 못하며, 본인 스스로 양치질을 한다고 하지만 세심한 손동작이 어려워 끼인 음식물을 잘 빼내지 못하거나 입안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치아 접촉 부위나 노출된 치아 뿌리 부위에서 치아우식증(일명 충치)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 노인의 치주질환(일명 풍치)은 그들의 전신질환과 쌍방향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치주질환은 전신의 다균성 기회감염의 위험요소이자 주요 만성질환과 높은 상관관계(당뇨병 6.0배, 흡인성 폐염 4.2배, 뇌졸중 2.8배, 심내막염 2.7배 등)를 보인다. 게다가 약 40% 치주질환자에서 2차적으로 전신질환을 보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노인의 치주질환은 구강에 국한된 질환이 아닌 전신질환의 도화선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셋째, 노인이 되면 위의 충치와 풍치는 물론 장기간 사용에 따른 치아 교모(움푹 패임)와 파절로 치아가 상실되기도 한다. 이는 음식을 입에 넣고 씹을 수 있는 저작력의 감소로 이어진다. 심하면 움푹 패여 있는 전체 치아를 금관을 통해 저작력을 회복해야 할 때도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몇 개의 치아가 빠지면 부분 틀니, 모든 치아가 빠지면 완전 틀니를 제작해 주었다. 하지만 이런 수복으로는 정상 저작력의 20~50% 정도 밖에 회복되지 않기에 본인 스스로 이제 자신이 노년기에 접어들었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최근 65세 이상 노인에서 틀니(의치)와 2개 임플란트가 건강보험 보장이 되면서 다수의 임플란트 혹은 2개의 임플란트~틀니를 조합하여 80~90%의 저작력을 회복하기에 구강기능 측면에서 노년기 없는 성인 시기가 지속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대부분의 노인들은 3~4개의 만성질환으로 여러 약물들을 복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입마름(구강건조)이다. 복용 중인 거의 모든 약제가 입마름과 관계가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입마름이 심한 노인의 틀니는 헐거울 뿐만 아니라 구강점막을 잘 헐게 한다. 또 틀니로 인한 구내염은 물론 심하면 구강점막이 타는 듯한 감각(구강작열감)을 초래해 제대로 된 저작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다섯째, 더 나이가 들면 아예 칫솔을 손으로 제대로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손아귀 힘, 즉 악력(握力)이 감소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구강관리를 위해서는 최소한 칫솔을 쥐고,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악력은 필요하다. 그런데 해부학적으로 근육이 없는 손가락에서는 팔 근육이 손가락 인대를 잡아당겨 힘을 내기 때문에 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은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화의 과정 중에 근육의 감소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40세 이후부터는 근육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70대에는 30~40대에 비해 30%나 더 줄어든다. 문제는 줄어든 근육만큼 체지방으로 채워지면서 체중이 유지되기에 근 감소 상태를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물건을 잘 들지 못하고, 계단 오르기도 힘들고, 자주 넘어지고, 체중이 많이 줄어드는 등의 근 감소 의심 증상을 거쳐 종아리 둘레가 가늘어지거나 악력이 감소하는 등의 근감소증 상태가 된다.

생의 종말기에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의존적 노인들이 이런 악력 저하를 보이는 근감소증 상태이다.

문제는 전신쇠약을 의미하는 악력(握力) 저하와 구강쇠약을 의미하는 악력(顎力) 감소가 서로 긴밀히 연계되어 구강위생불량에 따른 흡인성 폐염 발생은 물론 저작장애와 섭식~삼킴 장애라는 생존 상황까지 내몰리게 한다는 점이다.

각설하고 다음은 보건복지부와 치과의사협회가 추천한 생애주기별 구강건강 관리 요령 책자에 담긴 노년기 구강건강관리 내용이다.
이 내용을 숙지한다면 노년기에 구강관리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 연 1~2회 방문하여 구강검진과 스켈링 및 구강건강관리 교육받기
* 필요에 따라 이 뿌리 표면에 불소도포 받기
* 불소치약으로 하루 2회 이상(자기 전에는 반드시) 이 닦기
* 치간칫솔 또는 첨단칫솔을 사용하여 이 사이도 닦기
* 입마름 예방을 위해 평소 소량의 물을 자주 마시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기
* 입마름 방지를 위해 사탕이나 캐러멜 대신 자일리톨 사탕이나 껌을 사용
* 임플란트(65세 이상 본인 부담 30%, 평생 2개) 치아도 동일하게 관리
* 틀니(65세 이상 본인 부담 30%)는 자기 전에 제거 후 중성세제로 세척하고 냉수에 보관하기
* 입 주변 근력이 현저히 감소한 틀니 노인은 구강체조(입 주변 및 혀 운동)를 하면서 입안을 자주 깨끗하게 헹구기
* 두부, 생선, 고기 등 단백질 섭취하기
* 금연하기

/이성근 대한노년치과의학회 커뮤니티케어위원회 위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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