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라·루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국내 투자자만 28만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온다. 1주일 새 테라·루나의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했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45조원가량이니, 그 정도 규모의 기업이 1주일 새 사라진 셈이다.
피해자 숫자도, 피해 규모도 역대급인데 정작 누구도 "내 책임이다"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피해자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도 마땅찮다.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는 행방을 찾을 수 없는 데다 당국이 수사 중이라고 하니 생산자의 법률적 책임에 대해서는 진행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도리가 없는 듯하다.
생산자를 빼고 나면 당장 테라와 루나를 유통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책임의 최전선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정작 거래소들이 책임에서는 발을 뺀다. 상품을 선별해 진열하고 판매에 대한 수수료를 받은 것은 일반적 유통업체와 다르지 않은데, 비단 책임지는 면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니 좀 따져봐야겠다 싶다.
상품 선별과 관리의 책임은 유통업체의 몫이다. 불량상품이 될 것인지 미리 알지 못했다고 변명하면 안 된다. 좋은 상품을 가려낼 능력이 없다면, 유통의 능력을 자랑하면 안 된다.
그런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비단 테라·루나 사태뿐 아니라 숱한 불량코인 유통에 대해 소비자에게 당연한 사과조차 내놓은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사고가 날 때마다 되레 정부의 가상자산 상장기준이 없다는 둥, 거래의 기준이 없다는 둥 남 탓만 한다. 사실 그 기준 모두가 유통기업의 능력인데도 반성도 없다.
정부는 아예 가상자산에 손을 대지 않았다며 통 모르쇠다. 전 국민의 10% 이상이 가상자산 투자자이고, 선거 기간 가상자산 정책을 만들겠다며 표 인심을 얻은 정부인데도 정작 가상자산 정책에 좀체 손대려 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가면 안된다. 불량코인을 만들고 유통하면 반드시 철퇴를 맞는다는 책임의 근거를 만들고, 정당한 책임을 지우는 게 제2의 테라·루나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이다.
cafe9@fnnews.com 정보미디어부 블록체인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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