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 불량코인 유통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7 18:32

수정 2022.06.07 18:32

[이구순의 느린 걸음] 불량코인 유통 책임은 누가 지는가?
불량식품이 발각되면 통상 제조업체와 유통점, 정부에 모두 각각의 책임을 묻는다. 법률적 책임은 물론 도덕적으로도 뭇매를 맞고 기업이미지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큰 타격을 입었던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제품을 생산한 생산자뿐 아니라 유통업체에도 책임을 묻는다. 유통업체는 상품을 선별하고 관리하는 몫으로 마진을 챙겼으니,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일반의 상식이다. 정부 역시 관리감독의 책임이 당연하다. 생산업체, 유통업체에 대한 비판 뒤에는 항상 정부의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오른다.
그러니 생산자·유통업체·정부가 책임질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에 나선다.

최근 '테라·루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국내 투자자만 28만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온다. 1주일 새 테라·루나의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했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45조원가량이니, 그 정도 규모의 기업이 1주일 새 사라진 셈이다.

피해자 숫자도, 피해 규모도 역대급인데 정작 누구도 "내 책임이다"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피해자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도 마땅찮다.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는 행방을 찾을 수 없는 데다 당국이 수사 중이라고 하니 생산자의 법률적 책임에 대해서는 진행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도리가 없는 듯하다.

생산자를 빼고 나면 당장 테라와 루나를 유통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책임의 최전선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정작 거래소들이 책임에서는 발을 뺀다. 상품을 선별해 진열하고 판매에 대한 수수료를 받은 것은 일반적 유통업체와 다르지 않은데, 비단 책임지는 면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니 좀 따져봐야겠다 싶다.

상품 선별과 관리의 책임은 유통업체의 몫이다. 불량상품이 될 것인지 미리 알지 못했다고 변명하면 안 된다. 좋은 상품을 가려낼 능력이 없다면, 유통의 능력을 자랑하면 안 된다.

그런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비단 테라·루나 사태뿐 아니라 숱한 불량코인 유통에 대해 소비자에게 당연한 사과조차 내놓은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사고가 날 때마다 되레 정부의 가상자산 상장기준이 없다는 둥, 거래의 기준이 없다는 둥 남 탓만 한다. 사실 그 기준 모두가 유통기업의 능력인데도 반성도 없다.

정부는 아예 가상자산에 손을 대지 않았다며 통 모르쇠다.
전 국민의 10% 이상이 가상자산 투자자이고, 선거 기간 가상자산 정책을 만들겠다며 표 인심을 얻은 정부인데도 정작 가상자산 정책에 좀체 손대려 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가면 안된다.
불량코인을 만들고 유통하면 반드시 철퇴를 맞는다는 책임의 근거를 만들고, 정당한 책임을 지우는 게 제2의 테라·루나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이다.

cafe9@fnnews.com 정보미디어부 블록체인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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