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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힘만으론 역부족
대통령이 국회 설득하길
대통령이 국회 설득하길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석영 유리판)를 손에 들었다. 지난해 4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실리콘 웨이퍼를 손에 들고 미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소리 높여 외친 모습을 연상시킨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위상은 그 이상이다.
이런 중차대한 산업이 만성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지난해 3월에 펴낸 '차세대반도체 산업기술인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차세대반도체 산업은 오는 2029년에 총 5만1483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대비 1만5142명 많은 숫자다. 분야별로는 반도체 공정·장비에 4981명, 시스템반도체에 4084명, 반도체 소재에 3812명, 메모리반도체에 2266명이 각각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대학에서 공급할 수 있는 인력은 이에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도 반도체 기업들은 인력이 달려 연구개발(R&D)과 제품·서비스 개발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들은 대학의 반도체·전자·기계공학 전공자들을 선호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3개 학과 전공자 수를 수요에 맞게 늘리면 된다. 바로 이 손쉬운 해법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1차 책임은 교육당국에 있다. 학내 반발을 우려해 총원 범위 안에서 학과별 정원을 신축적으로 조절하는 정책을 소홀히 했다.
더 큰 걸림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아예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릴 수 없다는 점이다. 39년 전 시행된 이 법은 학교를 인구집중유발시설로 지정했다. 국토 균형발전 측면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명분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혁신인재 양성의 길을 가로막는 심각한 부작용을 빚고 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은 일부 대학과 시한부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으나 이런 편법은 한계가 있다. 국가경제의 뼈대를 이루는 반도체 산업 인력 양성이 이런 '서자' 취급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윤 대통령은 교육부 등 정부 부처가 "목숨 걸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교육부의 공조는 필수다. 나아가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회를 설득하기 바란다. 그래야 법을 바꿀 수 있다. 율곡 이이는 임진왜란 전 10만 양병론을 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은 핵심기술 인재 양성이 곧 국가를 지키는 양병이다. 정부와 국회가 400년 전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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