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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 “동남아 플랫폼 잡아라”… 글로벌 투자 드라이브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9 17:56

수정 2022.06.10 09:36

신한, 베트남 티키 지분 인수
‘인니 아마존’ 부칼라팍도 투자
KB, 인니 MDI벤처스와 맞손
500억 해외테크투자펀드 조성
하나는 배달 플랫폼 기업 집중
인도·태국 등 서비스 지분 확보
국내 금융그룹들이 동남아 빅테크, 핀테크 기업 지분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 금융그룹은 동남아 금융시장에서 오프라인 채널을 보유한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과 동시에 향후 인터넷뱅킹 등 금융업 진출이 유력한 빅테크 등의 지분 인수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등은 동남아 기업 지분 투자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이 최근 베트남 플랫폼 기업인 티키(Tiki)의 지분 10%를 인수하면서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는 내부적으로 신한금융이 티키 지분 인수를 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한 조사와 함께 사례 연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이 투자한 티키는 e커머스 플랫폼 기업으로 베트남의 국민 메신저 Zalo가 1대 주주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9년에는 '원신한 글로벌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를 통해 인도네시아 부칼라팍의 일부 지분도 인수했다. 부칼라팍은 인도네시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e커머스 기업으로 지난해 인도네시아 증시 역대 최대규모의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e커머스 등 플랫폼 기업들은 향후 이곳에서 인터넷 뱅킹 등 금융 산업에 진출 할 기업"이라며 "금융업에 진출한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KB금융도 KB인베스트먼트를 앞세워 동남아시아 기업 투자에 나섰다.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 인도네시아 텔콤그룹의 자회사인 MDI벤처스와 손잡고 센타우리펀드를 조성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인슈어테크 업체인 코알라, 물류 스타트업 팍셀, 싱가포르의 최대 소셜커머스 플랫폼 기업인 위바이, 인도네시아 1위 뱅킹 서비스 솔루션 기업인 세르마키 등에 투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센타우리펀드의 설정액은 500억원 규모였고 현재 재원이 거의 소진됐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베트남, 인도, 태국 등의 플랫폼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지난 2020년 배달 플랫폼 기업인 로지 싱가포르에 9억원 가량 투자했다. 올해 4월에는 인터리어 플랫폼인 스페이스 T에도 지분 투자를 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배달플랫폼 던조(Dunzo), 농산물 플랫폼 웨이쿨(Waycool)의 일부 지분을 인수했다. 태국에서는 배달플랫폼 라인맨에 200억원이 넘는 규모로 투자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지분투자 이외에도 아시아 플랫폼 기업과 협업 및 제휴를 통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동남아 지역에서 국민 메신저 지위를 갖고 있는 라인과 손잡고 지난해 7월 모바일 기반의 해외 디지털 은행인 라인 뱅크를 열었다. 라인뱅크는 출범 10개월 만인 올해 5월까지 36만명 이상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


국내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미 동남아시아에서도 플랫폼 기업들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향후 금융업 진출이 예상되는 e커머스 기업의 지분 투자를 하고 싶어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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