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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魂 가득 담은 고즈넉한 쪽빛 바다, 통영... 섬마다 비경을, 사연을 품다 [Weekend 레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0 04:00

수정 2022.06.10 04:00

호국보훈의 달, 충무공 이순신 그리고 통영의 섬들
526개의 섬마을 '동양의 나폴리' 통영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임진왜란의 현장 한산도 제승당
골목마다 벽화로 수놓은 만지도
파도 위 아슬아슬 출렁다리 건너
바다 백리길 천혜의 비경 연대도…
경남 통영에 있는 한려해상생태탐방원에서 한 여행객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다.
경남 통영에 있는 한려해상생태탐방원에서 한 여행객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통영(경남)=조용철 기자】 통영은 섬이 많기로 유명하다. 유인도와 무인도가 모두 526개로 1004개인 전남 신안군에 이어 두번째로 섬이 많다. 욕지도, 청산도, 매물도, 한산도, 연화도, 비진도, 장사도 등 지금 바로 생각나는 이름만 꼽아봐도 꽤 많다. 모두 빼어난 풍경 덕에 여행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섬들이다.
이 섬들은 우리나라에서 두번째이자 해상공원으로는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여기에서 즐기는 생태탐방에 대한 여행객의 관심도 높다. '동양의 나폴리' 통영에서 즐기는 천혜의 비경, 바다백리길, 만지도 명품마을, '임진왜란의 현장' 한산도 제승당 등에서 즐기는 힐링의 시간과 다양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하다보면 어느덧 여름의 시작이다.

제승당 수루에서 바라본 한산도 풍경
제승당 수루에서 바라본 한산도 풍경

■충무공 이순신, 한산대첩의 기록 한산도

한산도는 이순신 장군과 밀접한 공간이다. 한반도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임진왜란을 종식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이 충무공은 통영 한산도 제승당에서 '난중일기'의 3분의2를 썼다.

한산도를 품은 통영이라는 지명에 대한 유래도 임진왜란과 연관이 깊다. 한산대첩을 치르고 난 뒤인 1593년(선조 26년) 한산도에 충청·전라·경상의 3도 통제영을 설치하면서 처음으로 '통영'이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한산도에서 만나는 한산대첩기념비는 글자 그대로 이 충무공의 한산대첩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산대첩기념비(閑山大捷記念碑)'라고 기념비의 정면에 이름을 썼다. 시조작가 이은상 선생이 비문의 내용을 지었으며 서예가 김봉근 선생이 이를 한산대첩기념비에 옮겨서 썼다. 1592년(선조25년), 거제와 통영 사이 좁은 물길인 견내량에 왜선 70여척이 정박한다. 이 충무공은 왜군을 공격하다가 후퇴하는 것처럼 속여 왜군들을 한산도 앞바다로 나오도록 유인한다. 추격하는 왜군들이 한산도 앞바다까지 나오자 이 충무공은 반격 명령을 내린다. 이때 사용된 전법이 그 유명한 학익진(鶴翼陣)이다. 마치 학이 날개를 편 모양으로 대형을 이루고 적진을 공격하는 전술인 학익진으로 이 충무공은 대승을 거둔다. 이처럼 한산대첩의 승리로 조선 수군은 남해 해상권을 장악하면서 이 충무공은 임진왜란으로 신음하던 백성과 나라를 구한 장수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제승당은 한산대첩이 승리한 이듬해인 1593년 세워진 이후 1597년 정유재란 때 원균의 참패로 소실되기 전까지 삼도수군의 본영이었다. 1739년(영조 15년) 통제사 조경이 다시 중건하면서 유허비를 세우고 1979년 한산대첩비를 건립하는 등 보수와 확장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경내에는 제승당과 이 충무공의 영정을 모신 충무사, 적의 동정을 살피던 수루, 통제사 조경이 세운 유허비, 충무공이 활을 쏘던 한산정 등이 자리잡고 있다.

제승당 경내를 돌아보고 나서 수루에 오른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끓나니" 충무공이 지은 '한산도가'가 반겨준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 말없는 한산도 바다는 이 충무공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경남 통영 앞바다에 있는 만지도와 연대도는 출렁다리로 연결돼 있어 한 개의 섬처럼 여행할 수 있다. 총 98.1m 길이의 출렁다리를 지나다보면 푸른 바다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 든다. 사진=조용철 기자
경남 통영 앞바다에 있는 만지도와 연대도는 출렁다리로 연결돼 있어 한 개의 섬처럼 여행할 수 있다. 총 98.1m 길이의 출렁다리를 지나다보면 푸른 바다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 든다. 사진=조용철 기자

■출렁다리로 이어진 만지도와 연대도

한산도에서 이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기린 뒤 만지도와 연대도로 향했다. 만지도와 연대도는 출렁다리로 이어지면서 한 개의 섬처럼 여행이 가능하다. 연명항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만지도와 바로 연결된다.

만지도에 도착하면 고즈넉한 풍경이 여행객을 맞는다. 만지도 이곳저곳을 거닐다보면 만지도에 시집온 뒤 90살이 넘었다는 할머니, 예전에는 노를 저어 연대도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사연이 소개된 팻말이 곳곳에 눈에 띈다.

만지도가 명품 마을로, 연대도가 명품 섬으로 선정된 이후 집집마다 개성이 가득 담긴 문패가 걸리기 시작했다. 문패에 담긴 주인공 중에는 이미 섬을 떠나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것도 있다.

동서로 1.3㎞ 길게 누운 작은 섬인 만지도는 주변 다른 섬보다 주민이 늦게 정착해 만지도(晩地島)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이야기가 전해진다.

만지도는 명품 마을로 선정되면서 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졌다. 아담한 명품 마을 뒤편으로 가다보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푸른 바다와 욕지도, 연화도 등 통영의 섬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로 이어진다. 마을 뒷산을 따라 오르는 길로 가면 끝자락에 만지도에서 가장 높은 만지봉이다.

만지도에서 연대도로 이어지는 출렁다리로 향하는 길은 나무데크로 이어진다. 파도 위에 아슬아슬한 자태를 뽐내는 출렁다리는 만지도와 연대도의 이정표가 됐다. 지난 2015년 세워진 98.1m 길이의 출렁다리를 지나면 푸른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을 느낀다.

만지도에서 출렁다리를 지나면 연대도다. 연대도는 섬 둘레가 4㎞ 남짓하기 때문에 걸어서 한 바퀴 돌아보는데 2~3시간이면 충분하다. 연대도는 수군통제영 시절에 섬 정상에 봉화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렸다고 해서 연대도(烟臺島)라고 불렸다고 한다. 섬 인근 주위에 해산물이 많아 '돈섬'으로 알려졌다고 전해진다.

마을 남쪽으로 넘어가다 보면 몽돌해변과 만난다.
연대도 동쪽 숲을 연결하는 지겟길이 여행객들이 걸을 만하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4구간인 '연대도 지겟길'은 예전 마을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연대봉까지 오르던 길로 호젓한 숲길이 2.2㎞가량 이어진다.
곳곳에 전망대도 있어 푸른 바다 전경을 감상하기 좋다.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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