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로펌 특허소송 독점에 기업들 부담… 공동소송대리 허용해야" [제12회 국제지식재산보호 컨퍼런스]

홍요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9 18:21

수정 2022.06.09 18:21

유럽·日·中 등 지식재산 주요국 중
한국만 소송대리인서 변리사 배제
기업들 비용부담·분쟁 장기화 발목
효율적 대응 위해 공동소송대리 필요
패널들의 열띤 토론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 패널토론에 참석한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재민 한국공학한림원 위원(건국대 교수),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 심미랑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박사, 김두규 HP 프린팅코리아 법무이사, 좌장인 윤선희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부터). 사진=서동일 기자
패널들의 열띤 토론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 패널토론에 참석한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재민 한국공학한림원 위원(건국대 교수),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 심미랑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박사, 김두규 HP 프린팅코리아 법무이사, 좌장인 윤선희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부터). 사진=서동일 기자
제12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해외 특허 전문가들은 극도로 복잡하고 고도의 기술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허침해 소송에서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소송대리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럽, 일본, 중국 등 지식재산 주요국 중 한국만이 소송대리인에서 변리사를 배제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높은 소송비용, 특허분쟁 장기화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로벌 스탠더드 된 공동소송대리

앨러스데어 푸어 영국변리사회장은 9일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 공동주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영국은 지식재산기업법원(IPEC)을 둬 변리사가 변호사 없이 단독으로 특허소송을 대리할 수 있다"며 "영국변리사회 주관의 3단계 소송인가증을 획득한 변리사는 지식재산기업법원과 항소법원 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는 2023년 출범을 앞둔 유럽통합특허법원에서도 유럽특허변리사(EPA)의 단독 대리를 협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푸어 회장은 "변리사들은 소송 시작 전부터 준비가 갖춰져 있다. 복잡하고 준비할 것이 많은 개별특허 소송에서 청구항 해석 문제를 잘 해결하느냐에 따라 소송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 전략을 잘 짜면 아예 소송을 하지 않거나 빠른 합의가 가능하다"며 "청구항의 디테일을 신경 쓸 수 있으면서 청구 방향을 명확히 하고, 분쟁이 발생한 상대방 행동의 이유와 배경 등의 지식이 있다면 소송을 막거나 조기 합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도 지난 2002년부터 변리사법을 개정해 변리사가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에서 '소송대리인' 또는 '보좌인' 형태로 변호사와 함께 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송대리인은 특정침해 소송에서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을 대리한다. 일반적으로 변호사와 함께 법원에 출두하지만 재판소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시 단독출두도 가능하다. 보좌인은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과 함께 재판소에 출두해 진술 및 심문을 한다.

스기무라 준코 일본변리사회장은 "특허권·의장권·상표권 등의 침해소송에서 많은 유저가 변리사에게 보좌인으로서 관여를 의뢰해 침해소송에 관여하고 있다"며 "사법제도개혁심의회는 1999년 첫 논의 당시 각국의 동향을 근거로 일본 정부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서 지식재산관계 소송 문제에 적극 대처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일본 내 지식재산소송의 평균 심리기간은 법 개정 전인 1999년 23.1개월에서 최근 12~15개월로 단축됐다. 스가무라 회장은 "2021년 기준 일본 전체 변리사 1만1600명의 약 30%에 해당하는 3455명이 소송대리인 변리사"라고 전했다.

■로펌 독점에 기업 비용부담 눈덩이

국내 기업들은 대형로펌의 특허소송 대리 독점으로 소송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두규 HP프린팅코리아 법무이사는 "특허침해 소송 업무 대부분은 변호사와 변리사가 함께 맡고 있다. 로펌을 선임할 때 특허침해 소송을 서포트할 변리사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고려 요소"라면서 "특허침해 소송 대리를 맡길 로펌은 분야별로 다수 변리사를 보유한 대형로펌뿐이다. 대형로펌이 특허침해 소송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국내 특허침해 소송 비용도 영국보다 2~3배가량 많다.
중견·중소·벤처기업은 제대로 된 수준의 대리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특허침해 소송을 비용 때문에 포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도 "기업은 특허침해 소송 과정에서 특허 전문가인 변리사가 아닌 변호사를 찾아가 사건과 관련된 기술을 이중으로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자금이나 인력 상황이 열악한 벤처기업에는 높은 비용이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심미랑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박사는 "공동소송대리를 허용하고 있는 전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볼 때도 공동소송대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전했다.

특별취재팀 김영권 팀장 김병덕 인승현 김경민 구자윤 최종근 장민권 권준호 기자 홍요은 수습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