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2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2020년 4월(-40억2000만 달러) 이후 2년 만이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2020년 5월부터 23개월 째 이어온 흑자 행진이 중단됐다.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한 것은 유가 급등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큰 폭 축소된 데다, 지난해 12월 말 결산법인의 4월 외국인 배당 지급으로 본원소득수지가 32억5000만 달러 적자를 보인 영향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4월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29억5000만 달러로 전년동월(49억5000만 달러) 대비 흑자폭이 20억 달러 축소됐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 증가 속도가 수출 증가 속도보다 빠른 영향이다. 4월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2.9% 증가한 578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18.6% 증가한 603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에너지류를 제외하면 수입은 전년동월대비 4.1% 증가해 수출 증가율이 수입증가율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임금·배당·이자 등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는 32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39억1000만 달러)과 비교해서는 적자 폭이 6억7000만 달러 축소됐다. 배당소득수지도 38억2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내 1년 전 보다 적자폭이 13억4000만 달러 축소됐다. 이자소득수지는 6억4000만 달러로 1년 전 보다 흑자폭이 7억7000만 달러 축소됐다.
한은에 따르면 4월 국내 결산법인이 외국인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69억7000만 달러다. 전년동월(75억1000만 달러) 보다는 축소된 것이지만 지난해 5~12월 평균치인 15억 달러 정도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4월 서비스수지는 운송수지 흑자폭이 확대되면서 1년 전 1억3000만 달러 적자에서 5억7000만 달러 흑자로 흑자 전환했다. 운송수지는 17억60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흑자폭이 11억1000만 달러 확대됐다. 운송수지는 수출화물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2020년 7월(1000만달러) 이후 21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 해운 운임지수인 4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년동월대비 49.9%증가했다.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5억9000만 달러로 전년동월과 적자폭이 같은 수준을 보였다.
재정수지도 적자를 보이고 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 적자로 돌아선 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국세수입에 세외수입 및 기금수입을 포함한 총수입은 170조4000억원, 재정지출은 20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3조1000억원 적자였다.
아직 4월 통합 재정수지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올해 관리재정수지가 110조 원 적자로 전망되고 있어 쌍둥이 적자는 기정 사실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면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쌍둥이 적자'에 진입하게 됐다.
한국은행은 4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외국인 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이 컸던데다 무역수지도 적자폭도 줄어들고 있는 만큼 5월 경상수지가 다시 증가 전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환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경상수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통관기준 수출입차가 5월 17억1000만 달러로 4월 25억1000만 달러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였다 하더라도 선박 운임료, 운임보험료, 중계무역 순수출 등에 대한 조정을 거쳐야 하고, 계절적 요인이었던 외국인 배당 지급도 5월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가가 급등하고 있어 상품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상품수지 흑자폭은 3월과 4월 각각 25억4000만 달러, 20억 달러 축소됐다.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품수지 흑자폭이 줄어들 경우 적자 우려가 더 높아질 수 있다.
김 부장은 "경상수지가 조사국 전망치인 연간 500억 달러 흑자를 달성하려면 남은 5~12월 동안 월평균 43억4000만 달러 흑자를 보이면 가능하다"며 "다만 전망치 전제 조건과 가정, 유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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