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ECB 금리인상 예고에 흔들
[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이 불안한 유로존(유로사용 19개국) 일부 회원국들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속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가파른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유로존 채무위기를 불러왔던 이들 취약 국가들이 다시 유로존을 위기로 몰고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ECB, 7월 0.25%p 금리인상 예고
막대한 채무를 짊어진 이 트로이카가 유로존을 다시 채무위기 구렁텅이로 몰아넣을지 모른다는 우려다.
팬데믹 대응을 위한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 경기둔화에 따른 심각한 세수손실로 재정이 취약한 이들 3개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ECB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자산매입을 중단하고, 7월에는 0.25%p 금리인상도 예고한 상태다.
이들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가 다시 한 번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이탈리아, 그리스 등의 국채 수익률은 폭등했다.
■ 분트와 스프레드 2.5%p가 경고등
11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10일 2014년 이후 8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면서 이탈리아 국채를 내다 팔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이 뛴 것이다. 유로존 채무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흐름에서 이탈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ECB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면 이탈리아나 그리스가 막대한 국채 부담을 헤쳐 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NG 선임 금리전략가 앙투완 부베는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우려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베는 그러나 투자자들의 불안이 높아지면 시장 역학으로 인해 비관적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는 '자가 예언 실현(self- fulfilling prophecy)'이 일어나곤 한다면서 투자심리 위축을 경계했다.
그는 스프레드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이같은 자가 예언 실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베는 ECB가 금리인상에 나서기 시작하면 안전자산인 독일국채(분트) 10년물 수익률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간 격차인 스프레드가 확대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0일 2.5%p 수준인 이 스프레드가 2.5%p로 확대되면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재정이 불안한 남유럽 국가들의 채권이 심각한 매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 ECB 오판하나
부베는 ECB가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금리인상을 예고한 뒤에도 겉보기에는 아직 시장 반응이 잠잠해 ECB가 과감한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스프레드 확대가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이뤄지고는 있지만 이것이 되레 ECB를 느긋하게 만들어 상황을 오판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B는 9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다음달 0.25%p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지속되거나 악화할 경우 9월 회의에서는 더 큰 폭의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은 바 있다.
ECB는 2011년을 끝으로 금리를 올린 적이 없다. 기준금리인 예금금리는 현재 마이너스(-)0.5%이다. 이 금리는 은행들이 ECB에 여유 자금을 맡길 때 적용하는 금리다.
한편 유로존은 2009년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이 불안한 남유럽 회원국들이 급격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2010년대 후반까지 심각한 채무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들 회원국은 나라 이름 앞 글자를 조합해 이른바 '피그스(PIIGS)'라는 오명을 얻었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