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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공공조달의 전략과 혁신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2 16:00

수정 2022.06.12 19:07

[차관칼럼] 공공조달의 전략과 혁신
연간 184조원!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전체 공공기관의 작년 공공조달 계약 규모다. 공공조달 시장은 국내총생산(GDP)의 9%가량으로, 50만여개 조달기업 그리고 6만여개 공공기관이 서로 판매자와 구매자로 상호작용하는 거대 시장이다. 최근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공공조달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면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단순한 재화와 용역의 효율적인 구매목적을 벗어나서, 공공구매력을 적극 활용해 또 다른 정부 정책목표 구현을 위한 정책수단, 정책도구로 적극 활용하는'전략적 조달' 접근방식으로의 전환이다.

공공조달 과정에서 공공구매력의 전략적 배분을 통해 산업정책, 혁신지원, 약자보호, 안전강화, 환경보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도입 등 여타 정부정책을 지원·강화해 새로운 정책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공공구매력을 정책에 활용하는 것은 지금도 공공조달 과정에서 일부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중소기업 제품 등에 대한 구매목표제 등이 대표적이다.

새 정부 첫 조달청장으로서 정부 전체 공공구매력의 전략적 활용방안을 더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184조원을 집행하면서 수배, 수십배의 정책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조달은 국가 재원여건이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중요성이 더 커진다 하겠다.

민간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조달의 역할도 강화되는 추세다. 영국, 스웨덴 등 유럽연합(EU) 국가 및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공공혁신조달(PPI·Public Procurement for Innovation) 제도를 통해 정부가 시장에 없는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선도적 구매자가 되어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혁신제품을 정부가 먼저 구매해 최초의 사용자가 돼주는 혁신제품 시범구매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717개 공공기관에서 260개 혁신제품, 743억원을 구매했다.

아직 제도 시행 초기라 평가는 이르지만, 그동안의 추진실적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한국형 PPI 모델을 정립해 나가겠다. 공공조달시장은 실력 있고, 성장잠재력이 뛰어난 초기기업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場)이 되고, 성장을 위한 스프링보드로 기능해야 한다.

올해는 벤처캐피털 등 민간전문가를 통해 다양한 혁신제품을 적극 발굴하고, 벤처기업의 공공조달 시장과 해외조달 시장 진출지원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공공조달은 민간과 공공이 발굴한 혁신기업이 '전 세계를 주도하는 글로벌 히든챔피언 기업'으로 성장을 뒷받침하는 보이지 않는 무기가 될 것이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민의 안전한 삶을 지키기 위한 공공조달의 국가위기 대응능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마스크 수급대란 해소에 공공조달이 중추적 역할을 했듯, 해외의존도가 높고 우리 산업에 필수적인 경제안보 전략물자의 안정적 공급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인플레이션 압박 등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긴급수급 조절물자의 공적 구매 및 비축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

공공조달은 국민의 삶 향상과 기업 성장 그리고 혁신을 통한 미래먹거리 창출 등 한국 경제의 도약과 성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공공조달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쉼 없는 혁신이 국가경쟁력 제고, 한국 경제의 도약과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뛰겠다.

이종욱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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