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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휘청하는 한국 경제, 복합위기 직시할 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2 19:07

수정 2022.06.13 11:03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
31개 경제단체 입장성명
화물연대 16개 지역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엿새째인 1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인천신항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스1화상 /사진=뉴스1화상
화물연대 16개 지역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엿새째인 1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인천신항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스1화상 /사진=뉴스1화상

한국 경제에 드리운 위기의 그림자가 생각보다 짙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통계청 등이 12일 발표한 경제지표 중 전년 같은 달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장 우려스럽다. 5월 물가상승률은 5.4%로 2008년 8월의 5.6% 이후 1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2월까지 3%대 후반 수준이던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석달 만에 5%대 중반까지 뛰어올랐다.
6월과 7월에는 6%대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경보음도 문제다. 4월 생산·소비·투자는 코로나19 이후 2년2개월 만에 전월 대비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경상·재정수지의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국내외 기관의 진단과 전망은 대체로 어둡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8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7%로 0.3%p 내렸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2.1%에서 4.8%로 2.7%p나 상향 조정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전망치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 4월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4.0%로 높인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간한 6월 경제동향에서 "경기회복세가 약화하는 모습"이라는 부정적 진단을 내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세계 각국의 소비자물가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로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료품 물가가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주요 곡물의 세계적 작황부진, 공급망 혼란, 식량보호주의 등과 맞물리면서 두 나라의 주산물인 밀을 비롯해 식료품 전반의 가격이 상승한 탓이다. 한국(4.8%)은 이탈리아(6.0%), 스페인(8.3%), 미국(8.3%)보다는 낮고 일본·스위스(각 2.5%), 이스라엘(4.0%)보다는 높았다.

우리 경제가 휘청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차질,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주요국 금리인상과 긴축, 중국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 등 대외요인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여기에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엿새째를 맞으면서 시멘트, 석유화학, 철강은 물론 자동차 및 전자부품 수급도 차질을 빚는 점이 걱정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과 무역에 막대한 피해가 누적되는 셈이다.


급기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31개 경제단체는 이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경제계 공동입장'을 내고 "최근 우리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물류비 인상의 3중고로 복합위기에 빠져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부는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 융통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물류를 볼모로 투쟁에 나선 화물연대를 탓하기에 앞서 이번 총파업이 국민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미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조기에 불을 끄지 못한 정부의 미온적인 늑장대처가 심히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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