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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 예술을 이야기하다” 소리꾼 이은혜의 만요기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5 09:00

수정 2022.07.07 11:43

소리꾼 이은혜
소리꾼 이은혜

[파이낸셜뉴스] ‘꾼’이란 어떤 일, 특히 즐기는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 잘하는 사람을 이야기할 때 붙이는 접미사이다.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많은 꾼들이 있고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에 40년 기자 경력의 박상문씨가 꾼들을 인터뷰해 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는 기회를 갖는다.

그 첫번째 꾼은 이은혜이다. 젊은 소리꾼인 그는 이 시대에 흔치 않게 만요 소리꾼이다.

만요란 익살과 해학을 담은 우스개 노래로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서 발생한 코믹송 장르를 일컫는다.
만요는 억압적인 식민지 사회에서 뒤틀림과 풍자로서 우스꽝스러운 겉모양과는 달리 안으로 현실의 슬픔을 토로하고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려는 비판성을 자유로운 가사에 담아 표현한 곡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든 이때에 만요의 즐겁고 자유로운 가사와 숨은 이야기가 많은 국민에게 즐거움과 치유가 될것이라 믿으며 첫 번째 꾼의 이야기를 파헤쳐 본다.

―본인 소개를 해달라.

▲잠실에서 태어났으나 경기 과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국립국악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 후 이화여대 석사를 마쳤다. 최근에는 직장 근처인 부산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젊은 국악인으로서 현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가장 중점적으로 활동하는 공연은 어떤 공연들인가.

▲약 5년간 기본기를 다잡고 싶어서 12잡가에 빠져 살았다. 초창기 음원의 잡가와 현행 잡가를 비교해 공연에 올리고, 12잡가 완창발표회를 끝으로 그동안 계획해왔던 잡가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현재는 이전부터 관심분야였던 1920~1930년대 노래들을 즐겨듣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만요와 1920~1930년대 노래들을 소재로 재미있는 공연을 기획해보고 싶다.

―어린 시절에도 국악신동이라든가 노래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나.

▲어린 시절에는 국악을 접하기 어려워서 큰 관심이 없었다. 다만 어린 나이부터 피아노를 오랫동안 배운 덕에 음악적으로는 조금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는 늘 음악시간을 기다렸다. 노래하기를 좋아해서 부모님 허락도 없이 백화점에서 주최하는 동요대회를 혼자 접수하기도 하고, 합창단에 들어가고 싶어서 부모님을 졸랐던 기억이 있다. 내 생각엔 노래를 잘하는 아이 보다는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였던 것 같다. 좋아하는 만큼 노력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소리꾼 이은혜
소리꾼 이은혜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인데 언제부터 민요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나. 민요를 공부하기로 결심한 특별한 계기는.

▲노래를 늘 좋아했다.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시간에 강강술래를 접했고, 무용선생님의 소개로 집근처에 있는 국악학원을 알게 되어 13살 무렵 처음 민요를 접하게 됐다. 학원을 즐겁게 다니다보니 실력이 빨리 늘었고 스승님의 권유로 국립국악고에 진학하게 되면서 진로를 결정하게 됐다.

―민요는 누구한테 사사받았고 어떤 지도를 받았나.

▲고교 진학 후부터 현재까지 이춘희 선생에게 사사받았다. 고3 입시까지는 1대1 개인지도를 받았고, 실력을 더 쌓기 위해 여름과 겨울 방학마다 선생 댁으로 합숙을 하러 갔다. 이 선생은 소리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우선이라는 말씀을 늘 하셨고 며칠동안 본인의 자택에서 합숙하면서 인성은 물론 삶의 지혜도 배울 수 있었다.

―민요를 공부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고 힘들 때 어떤 방식으로 극복했나.

▲피아노를 오래 배운덕에 다른 사람들보다 음감이 좋았고 선율을 빠르게 익힌 편이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연습을 게을리 했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연습하는 방법을 몰라서 친구들 연습하는 방에 놀러만 갔던 것 같다.

―힘든 점이 있었다면 반대로 그동안 공연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기뻤던 순간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들은 해외공연이 마음 속에 남는 게 많아서 기억에 남는 것 같고, 대학생때는 친구들과 어떤 욕심도 스트레스도 없이 웃으며 공연을 하러 다니던 때가 가장 즐겁게 민요 활동을 했던 시절 같다. 지금은 좀 더 성숙한 작품 활동을 하는데 에너지를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악 중에는 민요, 트롯트, 만요 등이 있는데, 어떤 분야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나. 만요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에 익살과 해학을 담은 코믹한 노래인데, 특별히 만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민요는 업으로 삼고 있으니 제외하고, 만요도 재미있지만 요즘은 트로트가 너무 재미있다. 2012년, 국악평론가 윤중강 선생의 추천으로 조선천재 김해송의 만요 앨범 녹음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 관심이 생겼다. 나와 잘 맞는 노래장르라고 생각했다.

소리꾼 이은혜
소리꾼 이은혜

―‘세상은 요지경’, ‘왕서방 연서’ 등 당시 유행했던 만요 중에서 김해송이 작곡하고 박향림이 부른 ‘오빠는 풍각쟁이’로 많은 공연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빠는 풍각쟁이’에 남다른 애정을 갖는 이유는.

▲처음 앨범작업 시 녹음했던 그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내 목소리와 그 노래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는지 곡 선정과 가수 선정도 윤중강 선생의 추천으로 녹음하게 됐다.

―음악극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공연했던 음악극에 대한 소개.

▲대학교 때부터 뮤지컬에 관심을 가졌고, 내가 전공한 국악으로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대학교 4학년때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뮤지컬을 한다는 공고를 보고 고민없이 지원해서 오디션에 합격하여 공연을 올리게 됐다. 그 이후 국립극장 예술단 미르라는 단체에서 별주부전 토끼 역 외에 다양한 작품 활동을 시작으로 음악극의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그 외에 부지화 ‘바람에 날려를 왔나’의 주연 이춘희 역, 국립부산국악원 ‘부산 아라’의 주연 홍련 역, ‘오늘이’, ‘알콩달콩우렁친구’, ‘인어공주 황옥’ 등 다수의 음악극에서 주연을 맡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온전히 전통에 바탕을 둔 전통국악과 좀 더 현대인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약간의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 소위 퓨전국악이 있다. 퓨전국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전통을 기반으로 한 퓨전이라면 구성이 튼튼한 공연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양한 퓨전국악 공연을 많이 해왔으나 서양음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 대중성 확보 그로 인한 다양한 관객층 확보에 대한 부분은 현장에서도 크게 다가오는게 현실이었다. 앞으로도 다채로운 국악 퓨전 공연들로 인해 국악이 대중들과 한층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고 보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외공연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전통음악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서 특별한 계획은.

▲해외공연은 부채춤과 같은 시각적으로 화려함을 접하는 프로그램이나 사물놀이와 같이 청각과 리듬적으로 예술성을 접하는 프로그램 등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전통 노래도 가사의 참된 의미가 제대로 전해진다면 외국인에게도 충분히 깊은 예술성이 전달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들로 인해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서 해외공연은 늘 아쉬움을 남는 것 같다. 가사 내면의 뜻을 알릴 수 있는 공연들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

―나이로 보면 앞으로도 활동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이 있는데, 국악인으로서 민요가수로서 앞으로 더 관심을 갖고 하고 싶은 장르는.

▲아직도 국악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요즘에는 트로트라는 루트를 통해 국악인들이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국악 그 자체로 방송 미디어 매체 등을 통해 알려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대중성 확보를 위해 좀 더 탄탄한 구성의 공연을 만들어 다양한 매체와의 시도를 통해 저를 알리고 국악을 알리고 싶다.

―대학원에서 한국음악에 관련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학업을 통해 실기뿐 아니라 이론에도 학문적으로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실기를 잘 하기 위해서 당연시 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르고 있는 노래들의 의미를 알고 부르고 싶었고, 어떻게 전해져오며 어떻게 변형돼 왔는지 알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진부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모든 것은 알고 나면 재미있다.

소리꾼 이은혜
소리꾼 이은혜

―대학이나 예술고 등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후학양성에 대한 의견은.

▲내가 부르는 노래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노래와 음악에 대한 가치관 등을 서로 공유하면서 그것을 그대로 모방한다기 보다는 모방을 통한 창작을 깨우치게 하고 싶다. 학생들 개개인의 가치관을 열어줌으로써 그들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 주고 싶다.

―국악인으로서 예술가로서 자기 자신만의 신념이나 철학이 있나. 또 미래에 이은혜는 어떤 인물로 사람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나.

▲내가 하고 있는 음악의 이유를 항상 생각한다.
그 안에서 나의 입장과 내가 취해야 할 태도를 생각한다. 내 음악에서는 이유와 입장과 태도를 늘 중시 하려 노력한다.
삶을 즐길 줄 아는 멋있는 여자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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