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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수기공모-장려상] 우리집에 늑대가 살고 있어요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3 14:00

수정 2022.06.23 14:00

[반려동물 수기공모-장려상] 우리집에 늑대가 살고 있어요
[반려동물 수기공모-장려상] 우리집에 늑대가 살고 있어요
[반려동물 수기공모-장려상] 우리집에 늑대가 살고 있어요
우리집엔 늑대가 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국제적으로 공식적인 견종으로 인정받은 늑대개인 체코슬로바키안 울프독과 함께 동거중이다. 체코슬로바키안 울프독은 저먼 셰퍼드와 카르파티아 늑대를 교배해 탄생한 견종으로 늑대의 탈을 쓴 대형견으로 볼 수 있다. 늑대 같은 외모에 일반적인 강아지와 다름없는 친근한 성격이지만 섣불리 반려하기에 쉬운 견종은 결코 아니다.

울프독 젤리가 우리 가족이 된 건 약 일년반 전이다. 유난히 추웠던 2021년 1월 어느날 내 동생은 생후 42일된 울프독을 품에 안고 왔다.
젤리는 한달이 갓 넘은 새끼강아지였지만 이미 5kg 정도로 묵직했으며 에너지 또한 넘쳐났다. 이때까지만해도 그저 덩치가 조금 큰 강아지인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1년 넘게 젤리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뒷목 잡는 몇가지 특징들을 발견했다.

일단 울프독은 파괴적인 습성이 강하다. 울프독은 늑대의 야생성은 다소 사라졌으나 엄청난 체력과 스테미너를 가지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젤리는 집안의 모든것을 부쉈다. 쇼파, 의자, 테이블, 카펫, 신발, 커텐 등 눈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입으로 갈기갈기 찢었다. 충분한 운동량을 채워줘도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사고'를 쳤다.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그 당시엔 모두들 눈물을 머금고 사막화가 되어가는 집을 지켜보며 젤리가 하루빨리 철들길 바랄 뿐이었다.

아모르파티 말고 똥파티. '똥파티'는 울프독 견주들이 우스갯소리로 쓰는 단어이다. 울프독 새끼들은 똥을 좋아한다. 먹고, 몸에 바르고, 가지고 놀고 정말 말그대로 '대환장파티'를 한다. 배가 고파서도 아니고 그냥 놀이로 생각한다. 간혹 울프독 견주들이 입양 후 얼마 되지 않아 "우리 아이는 똥파티 안해요", "우리 아이는 똥 안건들던데요"라며 명견을 분양받았다고 자랑하는 경우가 있다. 백이면 백 후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일상도 똥파티다. 울프독 견주라면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다.

울프독의 또 다른 습성은 하울링이다. 집단으로 생활하는 늑대의 습성이 남아있어서인지 혼자 남겨지는 것을 잘 견디지 못했다. 다행이 우리 집에는 두 마리의 대형견이 더 있어서 사람이 집을 비우면 젤리의 곁을 지켜줬지만, 젤리가 혼자있기라도 할 때에는 하울링으로 주변에 피해를 줄 지경이었다. 젤리는 우리 가족이 된 후 혼자 집에 남겨진 적이 거의 없다.

입을 사용해 노는 것도 울프독의 특징이다. 개들은 입으로 표현하는게 당연하지만 울프독은 특히 심하다. 양몰이 견들이 다른 강아지 친구들과 놀 때 본능적으로 몰이를 하듯이 울프독의 종특은 입으로 물며 노는 것이다. 젤리가 어릴 때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빨로 가족들에게 놀자고 해 의도치 않게 모두 피를 봤다. 어릴 땐 힘조절을 잘 못해 어미개한테 혼나가며 배우지만 젤리는 워낙 어릴 때 우리집에 와서 그런걸 일일히 가르쳐줘야만 했다. 자신의 입으로 상대방을 살짝 깨무는게 애정표현이지만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크게 다칠 수 있다.

"울프독은 털이 많이 빠지나요?"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 500번 정도 들어본 단골질문이다. 울프독은 이중모를 가지고 있어 여름을 앞두고 속털이 빠지는 털갈이를 하는데, 정말이지 숨이 막힐 지경이다. 털갈이 시즌이 아니더라도 365일간 털은 계속 빠진다. 우리집에도 현재 민들레 홀씨가 수백개 날아다닌다. 집안에서 같이 생활하는 실내견이라면 밥에서도 반찬에서도, 심지어 눈에서도 털이 나오는 진귀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 3~4번씩 열일하던 청소기는 이미 3대가 과로사 했다. 약속이 있어서 털을 제거하고 나가도 공기중 털들이 옷에 다시 달라붙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저는 개를 키우는 사람입니다"라고 동네방네 소문낼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 사회성 길러주기, 산책교육, 다양한 환경과 소리, 사람들에 노출시키기, 복종훈련, 교감하기 등이 정말 너무나 중요하다. 물론 모든 개들에게도 기본적으로 해당되는 부분이지만 덩치가 50kg에 육박하고 운동신경이 좋은 견종이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다. 복종훈련과 대형견 컨트롤 등을 견주가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받는 것도 추천한다. 사회성이 없는 개들은 문제행동을 보일 수 있다. 울프독은 맹견 5종(입마개 의무착용 견종)에 해당되지 않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 가거나 입마개가 필요한 상황에 착용할 수 있도록 미리 연습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젤리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겉보기엔 사나워보일 수 있지만 엄청난 애교와 밝은 성격, 친화력은 우리 가족뿐 아니라 젤리를 아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전매력은 누구에게나 먹히지 않는가? 이제 한살 반인 젤리는 가끔 화보 촬영과 영화 출연도 하는 효자로 거듭났다.
정말 감사하게도 똥파티도 더이상 하지 않고 사고도 안치는 완벽한 댕댕이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강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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