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LX세미콘이 경기 시흥에 전력반도체 사업 다각화를 위한 방열기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최근 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주력 사업 영역인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에서 전력반도체와 전장 부품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과거 ‘못 다 핀 반도체 꿈’이 LX세미콘을 통해 빠르게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LX그룹은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최근 경기 시흥 정왕동에 연면적 7825㎡(약 2367평), 지상 2층 규모의 방열기판 공장 첫삽을 떴다.
전력반도체 방열기판은 반도체 성능 저하 및 수명 단축의 원인이 되는 열을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전장부품이다. 컨버터, 인버터, 파워트레인 등 전력을 변환하고 제어하는 장치에 탑재된다.
LX세미콘은 지난해 10월 LG화학이 보유한 일본 방열소재 업체 FJ머티리얼즈 지분 30%와 관련 유·무형 자산을 7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방열기판 제조시설까지 짓기로 하면서 관련 사업을 고도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관계자는 "차별화된 기술 확보를 통해 성장성 높은 방열기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FJ머티리얼즈의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 중 전동화 기기용 절연기판(DBC)이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제품은 하이브리드(혼합형)차와 내연기관차, 전기차, 신칸센 등에 탑재되는 등 이미 실제 적용 사례가 있어 사업화와 제조라인 구축이 한층 용이하다.
반도체업계에선 LX세미콘의 전력반도체 방열기판 공장 건설을 두고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전력반도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행보로 해석한다. 높은 전력을 단시간에 필요로 하는 전기차 특성상 전력반도체 성능에서 방열 기능이 중요한 척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LX세미콘은 주력 제품인 DDI 칩 의존도를 줄이고, 종합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전력반도체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지난해말 LG이노텍에서 전력반도체 일종인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관련 유·무형 자산을 사들였고 지난달에는 차량용 반도체 설계 기업인 텔레칩스 지분에 투자(267억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력반도체용 방열기판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이같은 공격적인 행보의 배경엔 구본준 회장의 유별난 ‘반도체 사랑’이 있다. 구 회장은 LX세미콘에 상근 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별도 집무실을 마련해 주 1~2회 출근할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LG반도체 대표를 맡았던 구 회장은 일찍이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 사업을 점찍고 사업 확장에 힘썼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 당시 정부가 주도한 ‘빅딜 정책’으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겨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다. 20여년전 구 회장의 '못다 이룬 반도체 꿈'이 LX세미콘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LG반도체 시절부터 미래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구 회장의 성향으로 미뤄봤을 때 향후 추가 투자나 M&A가 성사될 가능성도 크다. LX세미콘은 현재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매그나칩 인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