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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규제 모래주머니 벗기는 시늉은 이제 그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4 18:27

수정 2022.06.14 18:27

역대 정부마다 단골 메뉴
이름만 바뀌고 성과 못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첫 주례회동을 갖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첫 주례회동을 갖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첫 주례회동에서 "규제개혁이 곧 국가성장"이라면서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위시한 규제혁신 체계의 조속한 가동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는 대한민국의 재도약과 성장을 위해선 시대에 뒤떨어진 각종 규제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규제혁신전략회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의 경제분야 과제 중 가장 먼저 제시됐다. 기업의 규제 애로사항을 찾아내 타파하기 위한 민관합동 협의체로 규정됐다.
첫 회의는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해 힘을 실어줄 방침이다.

한 총리는 이날 규제혁신전략회의뿐 아니라 규제 신문고인 규제심판제 도입 계획을 보고했다. 규제심판제에 관심이 쏠린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선발한 규제심판관들이 산업 현장에서 접수된 '나쁜 규제'를 심사하고 필요시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영국의 '레드 테이프 챌린지'를 본뜬 것이다. 규제심판원을 총리실 산하에 설치하고 규제심판관 약 100명을 뽑을 계획이다. 국무조정실은 13일 첨단산업, 교육, 전기차, 드론,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의 각종 규제 33건을 개선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14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법적 근거가 미비한 그림자 규제의 해제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경제6단체장 회동에서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를 빼내 기업들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모래주머니'에 비유하며 "모래주머니를 달고선 글로벌 시장에 가서 경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어렵고 복잡한 규제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역대 정부에서 규제 철폐는 단골메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봇대 뽑기'를 내세웠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를 빼주겠다고 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규제샌드박스'를 만들었다. 정권마다 각기 다른 명칭으로 규제혁신을 약속했으나 별무성과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가 화두가 되는 이유는 대통령이 입이 아프도록 외쳐도 손발이 움직이지 않는 탓이다. 정권 말이 되면 공무원들은 새 규제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윤 대통령과 새 정부의 규제혁신 드라이브를 환영하며, 집권 초기 창고에 쌓인 규제를 꺼내 푸는 시늉과 변죽만 울리다 마는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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