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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 한일 관광 무비자, 우리부터 과감히 풀자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4 18:27

수정 2022.06.14 19:32

특파원 칼럼
조은효 도쿄특파원
[재팬 톡] 한일 관광 무비자, 우리부터 과감히 풀자
"'사랑의 불시착'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다."

지난달 만난 일본의 한류 전문가 후루야 마사유키씨의 얘기다. 일본 넷플릭스 공전의 히트작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가 인기를 끈 지 만 2년.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이미 벌써 (약발이 떨어지면서)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기 만들어진 이른바 제4차 한류 붐이 교류중단 장기화로 한국관광의 '골든타임'을 누리지 못한 채 끝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우여곡절 끝에 한일 양국이 이달부터 '제한적 형태'로 관광비자(사증) 발급에 나섰지만, 어디까지나 '반쪽짜리'다. 한국은 1993년부터, 일본은 2006년부터 상대국 국민에 대해 무비자 단기 입국을 허용해 왔지만 2020년 3월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일본, 한국이 차례로 무비자 체제를 거둬들였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난달 한국 법무부가 개인·단체관광 등 비자발급 접수 개시 결정을 내렸고, 일본은 이달 10일부터 하루 총입국 상한선(전 세계)을 2만명으로, 단체관광에 한해서만 비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 인터시티홀에서 개최한 '한국관광축제 2022 in 도쿄'에서 일본 여성들이 한국 화장품 관련 체험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 제공.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 인터시티홀에서 개최한 '한국관광축제 2022 in 도쿄'에서 일본 여성들이 한국 화장품 관련 체험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 제공.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서있는 모습. 뉴스1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서있는 모습. 뉴스1

양국 모두 말로는 '무비자 복원 카드'를 흔들고는 있으나 양국의 여행·출장자 등에게는 기약 없는 '희망고문'이다. 이래서는 코로나 확산 직전인 2018년 '7대 3' 비율인 한일 양국의 관광객 격차를 역전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폭발적인 해외관광 수요 확대, 아베 정권의 '관광입국 정책'으로 4년 전 한국인의 일본 입국은 연간 754만명, 반대로 일본인의 한국 입국은 그 절반도 안되는 295만명에 불과했다.

이달 초 한국비자 발급 개시 첫날, 한국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도쿄 총영사관 앞, 비자 신청 '오픈런' 풍경도 10여일이 지난 현재는 다소 시들해졌다. 새벽부터 줄 서서 신청해봤자 약 3~4주가 걸리는 비자 절차에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 지역의 하루 비자 신청한도는 3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도한 놀이'(마치 한국에 간 것처럼 일본 현지에서 한국 음식 등을 먹고 노는 행위)라는 한국앓이가 비자 발급 병목현상에 막혀 한때의 유행에 그칠 수도 있다.

반면 일본은 서울 현지에서 여행사를 통한 비자 신청을 병행, 단체비자 발급에 최소 1주일 정도 소요된다. 이미 하나투어 등 한국의 대표 여행사들에는 마치 보복소비를 하듯 1인당 수백만원짜리 고가의 일본 패키지관광 상품에 예약이 쇄도하고 있다.

한일 관광수요를 '역전'시키고 싶다면 한국이 먼저 무비자 복원에 나서야 한다.
미국, 유럽 국가들이 실익을 택하면서 무비자 문제에 있어 상호주의는 이미 허물어졌다.

혹자는 "한일 양국이 무비자 문제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 하반기 한일 관광경쟁은 일본의 승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자존심인가, 실익인가. 과연 무엇이 중요한가.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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