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낸드 '공급과잉' 전망에도 감산 않는 반도체업계…이유는?

뉴스1

입력 2022.06.15 06:05

수정 2022.06.15 06:0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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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낸드플래시 시장이 하반기 공급과잉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는 기존 증설 계획을 유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시황 예측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반도체 업황 사이클의 변동 폭과 주기가 불규칙해진 상황에서 반도체 제조사들의 탄력적 대응 범위도 이전보다 좁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연초 공급 부족 예측이 나왔던 하반기 낸드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위축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 상승, 중국 봉쇄 등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전자제품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IBK투자증권의 낸드 수요처별 빗그로스(비트당 출하량 증가율) 전망에 따르면 모바일 부문 낸드 전망치는 연초 41.6%에서 31.1%로 낮아졌다.

PC 등을 아우르는 컨슈머 IT 제품의 경우도 연초(25.8%) 대비 10%포인트 넘게 내린 15.6%, 서버를 포함한 클라우드 및 엔터프라이즈도 기존 전망치(27.6%)에 못 미치는 24.6% 수준이다.

하반기 낸드가격 상승을 예상했던 대만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3분기 낸드 웨이퍼 가격이 전 분기 대비 5~10% 하락할 것이라며 전망치를 고쳐 잡았다. 또다른 시장 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전자 기기 업체들이 보유한 재고가 늘어나고 IT 제품 등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줄어들며 반도체 공급난도 하반기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했다.

특이한 점은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의 기존 낸드 생산 증가 계획에 유의미한 변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시황 변동에 따라 공급 계획을 큰 폭으로 조정했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기조다.

지난해 말 중국 시안 봉쇄로 낸드 공장 가동을 잠시 멈췄던 삼성전자는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는 시장 예측과는 달리 기존 생산량 증가치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시안과 평택공장을 중심으로 생산량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인텔 낸드 사업부의 1차 인수 절차를 완료한 이후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시장예상치를 대폭 상회한 30% 후반대 낸드 빗그로스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양쯔메모리 테크로놀로지(YMTC)도 하반기 낸드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같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의 행보에 대해 시황 예측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반도체 업황 사이클의 변동 폭과 주기가 축소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걸 이유로 든다. 시황 예측에 따라 기존 계획을 무리하게 틀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주요 업체들 사이에 형성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연간 빗그로스 가이던스나 증설 혹은 투자 전략 등을 발표했지만 이제 그러지 않고 있다”며 “그만큼 유의미한 시황 예측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논리하에 ‘하반기 낸드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완전히 맹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낸드 가격 전망이 한 분기도 지나지 않아 상승에서 하락으로 뒤바뀌었듯이, 반대 현상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공급사 입장에선 섣부르게 생산 계획을 조절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갯속 하반기 낸드 시장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메모리 제조사는 서버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을 사수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이연된 데이터센터 대규모 증설이 이뤄지며 고사양ㆍ고용량 SSD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할 것이라는 논리다. 낸드를 여러 개 이어 붙여 제조하는 저장장치인 SSD는 데이터센터 서버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글로벌 기업용 SSD 매출은 27억6700만달러(약 3조47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14.8%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49.3%에서 49.6%로 상승하며 압도적 1위 자리를 유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기업용 SSD 시장에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보다 10.7% 증가한 13억5400만달러(약 1조7000억원) 매출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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