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 스텝'에 정부도 "물가 최우선"…추가 대책 내놓나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물가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물가가 가장 시급한 현안"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물가 상승률로 인해 전 세계 인플레이션 고점론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한층 커지면서 추가 대응 요구가 빗발친다.
지난달 물가 대책을 발표한 정부가 조만간 또 다른 대책 마련에 들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미 정책금리 인상 결정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 경제·금융 수장과 만나 "정부와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공통된 인식 아래 총력을 다해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자이언트 스텝은 지난달 미국 내 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인 8.6%를 기록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당초 시장은 미국 내 물가 급등세가 지난달부터 주춤할 것으로 봤는데 그 예상이 빗나간 것이었다.
이후로 전 세계 물가 오름세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인플레 정점론'은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5%대를 기록한 물가 상승세가 이달에는 6%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공공연히 제기된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이날 물가 상승 압력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공급 측면에 있어 원가 부담 경감, 기대 인플레이션 확산 방지 등 대응 노력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이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공급 측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하려고 한다"는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정치권에서는 추가 대응 요구가 쏟아진다.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다음 달에도 금리를 0.5~0.75%p 인상하는 등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을 펼 예정이다. 지난달 기재부가 수입 관세와 부가가치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하는 '긴급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내놨지만 우리도 점점 치솟는 물가에 대비해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물가 추가 대책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 3일 벤처기업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생·물가 안정은 최우선 과제이기에 얼마 전 물가 안정 대책도 발표했고, 구체적으로 현장에 어떤 애로가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며 "필요한 대책은 필요한 대로 (추가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뾰족한 대응 방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유류세 37% 인하 카드의 경우, 엄중한 물가 상황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유류세 인하를 통한 고유가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높인 상태에서도 국내 휘발유·경유 값이 L당 2000원 선을 넘어서자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을 통해 인하 폭을 법정 최대치인 37%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나오는 중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로 높여도 휘발유 L당 57원의 추가 인하 효과만이 발생한다. 가격 하락 효과는 제한된 반면, 세수 감소 등 정책 부담을 피할 순 없다.
물가 대응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공요금 동결'도 부담이 크다.
전기료의 경우, 연료비 인상과 연이은 요금 동결로 인해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재정난에 빠지면서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한전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재부에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한다.
새 정부 입장에서도 국정과제인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공공요금 동결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태다. 기재부는 당장 다음 달 공기업 중 '재무위험기관'을 10곳 이상 선정하고 이들 기업의 재무관리를 강화할 예정인데, 이런 가운데 발전 공기업에 요금 인상 자제를 촉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밖에 거론되는 추가 대책으로는 관세를 품목별로 조정하는 방안, 석유수입부과금 인하 방안 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공급자 원가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어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 또 세금 인하 부분이 전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투입되는 재정이나 세수 감소에 비해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달 발표한 물가 안정 대책의 효과로 월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0.1%p 하락을 예상했다. 당시 대책에 들어가는 정부 예산은 약 3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손쓸 방법이 대부분 소진된 상황에선 각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관리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으로 지목된다. 이에 추 부총리는 지난 2일 취임 후 첫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경쟁적인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가격 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 중인 노동계가 적정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1만1860원(올해 대비 29.4% 인상)을 언급하는 등 경제 전반의 임금 인상은 이미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