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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잔치 끝… 성장주 떠난 투심, 가치주로 향한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6 18:11

수정 2022.06.16 18:11

'아크 혁신 ETF' 손실률 29% 등
美 기술주 투자 대박신화 흔들
가치주 펀드 설정액 '증가세'
지수보다 경기방어주 비중 높아
주가하락 시 헤지 수단으로 주목
유동성 잔치 끝… 성장주 떠난 투심, 가치주로 향한다
국내는 물론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술주들이 약세를 지속하면서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성장주보다는 가치주 투자가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1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최근 3개월간 국내 95개 가치주 펀드 설정액은 291억원 늘었다. '신영밸류고배당(주식)'과 '신영마라톤(주식)'에 각각 248억원, 150억원이 유입됐고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1(109억원), 스팍스한국엄선투자(65억원), 한국투자중소밸류(4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상품은 경기방어주 비중이 높으며 가치투자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다. 시장지수 전망에 힘쓰기보다 개별 종목 탐구를 통해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한다.


유동성이 풍부하면 다양한 분야 기업 주가가 동시에 오를 여력이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에는 탄탄한 기초 체력을 가진 종목만이 살아남게 된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현지시간) "10여년 간 이어진 대형 기술주 시장 지배가 끝나가고 있다"며 "2000년 닷컴 붕괴를 경험했던 투자자들은 앞으로 예상되는 더 큰 손실을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치주 상장지수펀드(ETF)도 양호한 방어력을 증명하고 있다. KODEX 삼성그룹밸류(-5.33%), KBSTAR V&S셀렉트밸류채권혼합(-5.81%), ARIRANG KS밸류가중TR(-6.04%), KODEX 밸류Plus(-6.57%) 등은 최근 3개월 간 비록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으나,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7.49%)을 아웃퍼폼 했다.

반면 성장주를 담은 상품들은 힘을 못 쓰고 있다. TIGER KRX인터넷K-뉴딜(-30.93%), TIGER KRX BBIG K-뉴딜(-11.74%), KODEX fn성장(-10.86%) 등은 미흡한 성과를 냈다.

해외 상장 ETF 처지도 마찬가지다. 대표적 성장주 투자 상품인 '아크 이노베이션(티커 ARKK)'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3개월 손실률이 29%가 넘었다.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상품으로 미래 성장성이 큰 로블록스, 로쿠, 텔라닥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해왔다. 기술주 호황 때 서학개미 인기를 한껏 받았으나, 올해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 탓에 수익률이 가파르게 꺾이며 가격이 급락했다.

반면 일명 '안티 아크' ETF인 '터틀 캐피털 쇼트 이노베이션'은 같은 기간 17.63%라는 성과를 냈다.
ARKK가 떨어지는 만큼 오르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11월 12일 나스닥 상장 후 반년 만에 운용자산(AUM)을 4억7400만달러(약 6088억원)까지 불렸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 구간에서는 성장주보다는 변동성 헤지 효과를 가진 가치주 성과가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며 "그 중에서도 회복 탄력성이 높은 고배당주 성격 종목을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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