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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마땅히 해야 할 일... 어디에 쓰이는지는 주님 영역" [Weekend 핫피플]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7 04:00

수정 2022.06.17 07:44

월드비전 고액기부자 최에스더 엘씨드CEO
후원금만 1억… 올 3월 '밥피어스아너클럽' 명단 올라
"내이름 대신 하나님이 도와줬다 적어달라 요청하기도 했죠
아이들 고맙다는 후기 들으면 눈물…阿에 학교 세우는게 꿈이죠"
사업동료이자 남편 이현민 이사도 해외봉사 후 선행 동참
엘씨드 최에스더 대표(오른쪽)와 남편인 이현민 이사
엘씨드 최에스더 대표(오른쪽)와 남편인 이현민 이사
"하나님의 부름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내 기부금이 좋은 곳에 사용되고, 회사가 힘든 시기에 바다 건너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최에스더 엘씨드인터내셔널 대표(36)는 고액 기부를 한 이유에 대해 "선한 의도나 생각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하나님의 부름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며 "기부를 할 때도 기부의 목적이나 기부한 후원금이 어떤 용도, 목적으로 사용될지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CEO, 기부에 빠지다

최 대표는 올해 3월 월드비전의 고액 후원자 클럽인 '밥피어스아너클럽'에 가입했다. 밥피어스아너클럽은 1950년 전쟁 중인 한국을 돕기 위해 월드비전을 시작한 밥 피어스 목사(1914~1978)의 혁신정신을 이어가는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이다. 2017년부터 시작됐으며 기부 금액과 함께 기존 후원자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가입이 가능하다. 후원금액은 물론 후원자의 관심과 관여도 등을 평가해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한 기업의 대표로서 월드비전 고액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곡절도 많았다.

최 대표는 "가족을 포함해 주변에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많았지만 20대 초반 무렵에는 교회에 대한 반감이 있을 정도였다"며 "하지만 평소 친하지 않던 친구가 매주 전화를 하고 교회에 나가자고 해 교회에 갔다가 하나님을 만나고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20대 초반 신학대학 시험을 보고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없어 진학을 포기했다. 진학을 포기한 뒤 블로그 등을 통해 화장품을 판매하는 일을 하고, 회사에도 다니며 몇 년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회사를 나와 개인사업을 시작했고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2020년에는 ㈜엘씨드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의 화장품 유통기업을 설립했다.

최 대표는 "2019년 청담동에서 손바닥 만하게 시작한 회사가 2020년 신사동을 거쳐 현재는 논현동으로 확장 이전했고, 직원수도 초창기보다 몇 배가 늘었다"며 "회사가 성장하면서 기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엘씨드인터내셔널을 함께 이끌고 있는 이현민 이사는 사업의 파트너이자 인생의 동반자다. 이현민 이사는 2018년 르완다로 봉사활동을 가서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실상을 눈으로 보고 최 대표와 함께 기부를 결심했다.

이 이사는 "아이들이 전기도 가로등도 없는 곳을 한참을 걸어 물을 떠오고, 흙탕물을 먹고 병에 걸리는 것을 두 눈으로 봤다"며 "전쟁후유증이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한 남매가 배고픔을 참아 가며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고, 흙으로 만든 문도 없는 집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걸 보면서 이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이 이사는 르완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 대표와 함께 기부를 통한 '사랑의 실천'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최 대표는 "우리 부부는 기부를 결심하면 별다른 고민과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편"이라며 웃었다.

최에스더 엘씨드인터내셔널 대표의 기부로 잠비아에 지어진 도서관. 기부자인 엘씨드인터내셔널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다. 월드비전 제공
최에스더 엘씨드인터내셔널 대표의 기부로 잠비아에 지어진 도서관. 기부자인 엘씨드인터내셔널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다. 월드비전 제공
엘씨드인터내셔널 후원으로 전달된 교육 자료로 공부를 하고 있는 잠비아 어린이들. 월드비전 제공
엘씨드인터내셔널 후원으로 전달된 교육 자료로 공부를 하고 있는 잠비아 어린이들. 월드비전 제공

■우크라이나 난민지원 사업 등 후원

최 대표는 월드비전 외에도 필리핀 학교 건립 사업, 유기견 보호단체 등에도 꾸준히 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월드비전에 후원한 금액만 1억원을 훌쩍 넘었다.

주요 후원 내역으로는 △2018년 르완다 우무초 교육사업(1000만원) △2020년 잠비아 충고 스쿨업 교육사업(1050만원) △2021년 인도 차티스가르 스쿨업 교육사업(1000만원) △수단 동아프리카 식량위기 긴급구호사업(3000만원) △2022년 우크라이나 난민지원사업(5000만원) 등이다. 올해 우크라이나 난민지원사업에는 엘씨드 고객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금을 모금하는 등 선한 영향력이 확산되기도 했다.

최 대표는 "기부를 할 때 누가 더 힘들고 어디에 해야겠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편"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단체에서 후원금이 꼭 필요한 시기에, 유용하게 잘 사용됐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대표가 후원한 한 중독자 지원 단체의 경우 사업이 중단 위기였는데 적절한 시기에 후원금을 받아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필리핀 학교 건립 사업의 경우도 필리핀 현지에 있는 목사가 사업비 부족으로 기도를 올리던 타이밍에 최 대표의 추가적인 후원이 우연히 이뤄지면서 사업이 지속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초기에는 기부를 하는 행위에 대해서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고, 되도록이면 드러나지 않는 기부를 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기부에 대해 솔선수범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부를 통해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나 꿈이 있는지 묻자 최 대표는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이 이사가 "최 대표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부금 사용 내역 투명하게 공개

기부를 망설이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내 기부금이 적정하게 잘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하자 최 대표는 "기부까지가 나의 영역이고 그 이후는 하나님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월드비전의 경우 기부자의 요청이 없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부금의 사용 내역과 결과보고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월드비전은 르완다 우무초 교육사업 1차년도 결과보고서, 잠비아 충고 스쿨업 사업 결과보고서 등을 최 대표에게 발송했다.

최 대표가 올해 5000만원을 후원한 우크라이나 난민지원사업의 경우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현재 진행 상황과 지원 현황 등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경우 470만명의 사람들이 고국을 떠나 난민이 됐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75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드비전은 이들에게 의식주 및 위생적인 생활을 위한 식량과 긴급 구호물품, 재난지원금 제공 등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아동보호 및 성폭력으로부터 보호와 심리사회적 지원, 교육과 의료서비스 등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한국월드비전의 경우 200만달러(약 23억원) 지원을 목표로 긴급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 대표는 "기부를 할 때 회사나 내 이름을 빼고 '하나님이 도와줬다'고 해달라고 요청했었다"며 "하지만 결과보고서나 사진 등을 통해 우리의 후원에 고마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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