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뉴스1) 이지선 기자,강교현 기자 = "법 없이 살 정도로 아주 착한 사람들인데…이 집 애들은 어쩌나."
17일 오전 정읍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서 만난 주민 김모씨(64)가 피해자 부부 가족을 걱정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은 30대 부부가 운영하는 전북 정읍시 북면의 한 창고형 점포. 이날 찾은 현장에는 '출입금지'라고 쓰인 노란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었다. 과학 수사 경찰관들이 추가적인 현장 감식을 위해 폴리스라인 안팎을 쉼 없이 오갔다.
대형 창고 3동으로 이뤄진 현장은 시선이 닿는 곳곳마다 사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흉기를 피하려던 피해자들의 처절한 동선을 따라 혈흔이 남아 있었다.
이 점포는 시내 중심지와는 동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주변은 논밭이 대부분이었고, 농막이나 컨테이너형 작업 공간들이 들어서 있다. 작업 시간 외에는 인적이 드물어 낮 시간을 제외하면 사람들을 마주치기 쉽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피해를 입은 30대 부부 역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정읍 시내 한 아파트에 거주하며 매일 이곳으로 출퇴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던 주민들은 전날 상황을 묻는 질문에 "잘 몰라요"라고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중 현장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 김모씨로부터 전날의 상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어렵게 입을 뗀 김씨는 "마을 사람들 모두 충격을 크게 받았다. 아직도 어제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며 "나도 무서워서 평소에 열어두고 살던 문까지 꼭 걸어잠그고 잤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날 상황에 대해 "불이 난 줄 알고 와봤는데 피가 곳곳에 흥건하게 있었다"면서 "한 사람은 이미 여기서 죽어있었고, 몸에 피가 묻은 다른 여자가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도망치다 쓰러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형사들은 범행 도구인 흉기를 찾느라고 정신이 없었다"며 "경찰이 핏자국 등 현장을 수습하고 인근 CCTV를 확인해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흰색 승용차와 검은색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이웃 주민들은 두 차 중 흰색 승용차는 가게 주인 부부의 것이지만, 검은 승용차는 낯선 차라고 했다.
범인이나 범인의 전처 두 사람 모두 이 가게를 자주 찾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 주민들도 이들이 여기서 일을 하거나 자주 방문하지는 않았다는 말을 전했다.
김씨는 "현장에서 먼저 죽은 누나나 범인은 둘 다 처음보는 얼굴이었다"며 "못보던 차가 있는데, 아마 이게 누나나 범인이 타고 온 차 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주인 부부는 정말 법 없이도 살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라며 "세 자녀 중 막내가 초등학생인데 셋 다 인사도 잘하고 정말 착하게 잘 키웠다. 이제 애들은 어떻게 하냐"고 걱정했다.
지난 16일 오후 평화로운 정읍의 한 마을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정읍경찰서에 따르면 A씨(49)는 이날 오후 5시42분께 정읍시 북면에서 전처 B씨(41)와 전 처남 부부 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흉기에 찔린 B씨와 전 처남댁(39)이 숨졌다. 또 B씨의 남동생(39) 역시 흉기에 찔리며 크게 다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있다.
사건이 발생한 가게는 B씨 남동생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으며, A씨 부부는 법적으로 이혼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전처를 찾아 이곳까지 온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A씨를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로 검거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현장에 접근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고 전했다. 범행 직후 인근 농장에 몸을 숨긴 A씨는 이웃 주민의 신고로 긴급체포됐다. A씨는 주민에게 직접 자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내와 재결합을 하고 싶었다. 가정 불화 때문에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A씨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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