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제공용 서방 무기 구입 차단…소련 기술 유출 경계
친러 성향 국가, 웃돈주고 러 무기 구매…타국 계약 방해도
러, 민간무기 중개인 협박…"우크라 위한 구매시 거래 끊을 것"
WSJ에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의 무기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일환으로 러시아산 무기 가격을 시장가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 관리들과 무기 중개인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글로벌 안보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018년부로 영국을 제치고 세계 2위의 무기 판매국으로 올라섰다.
러시아가 최신 무기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거꾸로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치 않다는 게 WSJ 설명이다.
여러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서 구입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직접 제공하거나, 러시아 기술이 탑재된 개량된 무기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는 미국과 서방 여러 국가의 지원 형태로 각종 무기들이 전선에 실전 배치되고 있다. 이 중에는 미국 독자 기술로 개발된 무기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옛 소련 기술을 토대 위에 개량된 것들이다.
우크라이나의 기본 무기체계는 소련 기술로 이뤄져 있어 러시아 무기를 지원할 경우 별다른 교육 없이도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체코가 제공한 122㎜ 다연장로켓(MLRS) RM-70 '뱀파이어'가 대표적이다.
체코는 옛 소련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맞서기 위해 출범 시킨 바르샤바조약기구 국가 중 하나로 상당수 무기에서 소련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 장관은 최근 영국과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러시아산 기술탑재 무기와 장비를 보유한 23개국 명단을 뒤져 이들로부터 구입을 해서 우크라이나 군에 이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 2011년 아프가니스탄 지원을 위해 구입했었던 러시아제 M-17 군용헬기 11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는 뜻을 러시아에 전달했다가 거부 당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기술로 만든 헬기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는 것은 제3국에 이전·판매하지 않겠다는 기존 러·미 간 계약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자 최종 사용자 합의 위반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여기에 친러 성향의 국가들이 무기를 대신 구매해 거꾸로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무기 거래 협상에 정통한 우크라이나 한 의원은 "체코와 폴란드 무기 중개인이 불가리아의 러시아제 장갑차와 포탄 공급 업체와 계약을 완료하고도, 뒤늦게 아르메니아 바이어들이 50% 프리미엄을 제안해 계약을 따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구매한 러시아 장갑차와 포탄은 아르메니아가 아닌 러시아로 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외에도 세계 무기시장에서 우크라이나 제공을 위한 무기 거래 시도에 협박을 하는 등 방해공작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군 출신으로 민간 방산 업체에 종사 중인 한 관계자는 WSJ에 "러시아가 '당신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이 쓰레기'를 사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우리는 당신과 거래를 끊겠다"며 "그리고 당신을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러시아산 무기를 해외에 판매했었지만, 당시 러시아는 대체적으로 항의를 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9·11 테러 이후 미 중앙정보국(CIA)의 무기 중개상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지원을 위해 소련과 러시아가 설계한 군사장비를 구입했었고, 러시아는 원칙적으로 제3국 판매를 금지하면서도 거꾸로 자국 무기 판매를 위해 거래를 장려하기도 했었다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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