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친족 성폭력 2차 가해 막아야'…청주 여중생 사건 계기 법 개정 움직임

뉴스1

입력 2022.06.19 08:00

수정 2022.06.19 08:00

지난해 8월19일 청주 성안길에서 열린 성범죄 피해 오창 여중생 사망 100일 거리 추모제에서 유족 등이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준영 기자
지난해 8월19일 청주 성안길에서 열린 성범죄 피해 오창 여중생 사망 100일 거리 추모제에서 유족 등이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준영 기자


지난해 5월1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2명이 처음 발견된 곳에 국화 꽃다발 등이 놓여있는 모습./© 뉴스1 조준영 기자
지난해 5월1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2명이 처음 발견된 곳에 국화 꽃다발 등이 놓여있는 모습./© 뉴스1 조준영 기자


'충북 청주 성폭행 피해 여중생 투신 사건' 항소심 선고일인 지난 9일 청주지법 앞에서 도내 여성단체가 2심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준영 기자
'충북 청주 성폭행 피해 여중생 투신 사건' 항소심 선고일인 지난 9일 청주지법 앞에서 도내 여성단체가 2심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준영 기자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가·피해자 분리 실패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충북 청주 성폭행 피해 여중생 투신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뉴스1 6월15일 보도 참조).

국회에서는 해당 사건 항소심 선고 직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대표 발의 김선교 의원)이 발의됐다.

현행법은 아동 학대 피해가 확인되고 재학대 위험이 현저할 때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응급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응급조치 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피해자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따라붙는다.

문제는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조건인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가정 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피해자가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

자신을 돌봐주는 가해자(보호자)로부터 오랜 기간 길들여진 데다 현실적인 두려움이 작용하는 탓이다.

결국 단서 조항에 나온 특별한 사정은 경찰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청주 여중생 사건도 마찬가지다. 계부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피해 여학생은 분리 조치를 거부했다. 가해자인 계부와 함께 생활하면서 경제·심리적으로 종속돼 합리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큰 분리 실패 원인으로는 사건 발생 초기 관계기관의 허술한 대응이 꼽힌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친족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방안, 저자 허민숙)에 따르면 분리 필요성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경찰은 공휴일 집에서 가해자와 함께 있던 피해 여학생에게 분리 의사를 물어보는 우를 범했다.

명백한 범죄 증거가 나올 리 없는 사건 발생 초기 관계기관은 오염된 피해자 진술만 듣고 분리 조치를 하지 않은 셈이다.

부실 대응은 2차 가해로 이어졌다. 가해자는 자신의 의붓딸로 하여금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자신이 성폭행한 또 다른 피해자(의붓딸 친구) 동향을 파악하도록 하는 것도 모자라 사생활 검열까지 했다.

그 기간만 해도 경찰 수사 개시 이후 약 3개월에 달한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2차 가해는 피해 여학생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가해자마저 두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으로 분리 조치 부재를 꼽았을 정도다.

가해자는 한 피해자 유족에게 보낸 답변서를 통해 "저를 일찍이 구속시켰다면 딸아이와 ◯◯양(의붓딸 친구) 역시 정신적으로나 마음적으로 즉 심리상태가 안정적이고 부담감 없는 생활을 했을 거라 생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발의된 개정안은 바로 '특별한 사정'을 구체화하는 걸 뼈대로 한다. 법 집행 기준을 더 명확하게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개정안은 아동학대처벌법 제12조2(피해아동 등을 보호해야 할 특별한 사정) 규정을 신설했다.

형법상 Δ강간 Δ유사강간 Δ강제추행 Δ준강간·준강제추행 Δ미성년자 간음 등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보호조치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가정 내 범죄, 특히 친족 성폭력 범죄는 가·피해자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2차 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강간을 비롯한 중범죄 혐의가 나타날 때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즉시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속히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5월12일 청주시 오창읍 창리 한 아파트에서 여중생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두 여학생은 숨지기 전 경찰에서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로 조사를 받았다.

가해자는 두 학생 중 한 명의 계부로 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 상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