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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美긴축에 휘청이는 신흥국… 채무위기 공포 커진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9 18:09

수정 2022.06.19 18:09

글로벌 투자자 신흥국서 발빼
자본유출에 주가·통화가치 급락
스리랑카·레바논, 구제금융 타진
우크라·아르헨 등 금융압박 세져
중저소득 국가 도미노 위기 우려
치솟는 물가, 성장 둔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부채부담 급증이 중저소득 신흥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신흥국 국채 수익률이 치솟고 있고, 자본 유출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이 높은 신흥국 자산을 버리고 안전자산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5일 1994년 이후 28년만에 처음으로 0.75%p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을 즈음해 신흥국 자산 가치는 급속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부터 칠레 페소화에 이르기까지 신흥국 통화가치가 미국 달러에 대해 17일까지 1주일 동안에만 3% 넘게 급락했다.

또 신흥국 24개 시장의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MSCI 신흥시장지수는 1주일 사이 4.7% 하락했다. 한 곳의 채무위기가 다른 나라로 들불처럼 번지는 도미노 우려는 지금 당장은 높지 않지만 팬데믹 이후 신흥국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터라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면서 이들의 채무위기 도미노에 대한 우려 역시 덩달아 높아질 전망이다.


스리랑카, 잠비아, 레바논 등은 이미 채무 위기에 진입했다. 이들 국가는 채무조정,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등을 타진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신흥국 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3.4%로 낮췄다. 식료품·에너지 가격 급등세에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그 이유로 들었다. 금융위기 우려도 제기했다.

WB는 신흥국의 금융시장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금리 인상이 1980년대 초반 라틴아메리카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과 수익률 격차(스프레드)가 8%p를 웃도는 신흥국 수는 연초 16개국에서 지금은 23개국으로 늘었다. 스프레드 8%p는 금융압박 신호로 간주되는 기준선이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접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는 벨라루스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8%p를 넘었다.

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베네수엘라가, 아프리카에서는 에티오피아, 가나, 모잠비크,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과 스리랑카 등이 이 안에 포함됐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레바논의 경우는 스프레드가 32%p에 이른다. 선진국 금리가 치솟으면서 신흥국들의 채권 발행은 급감하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이들의 채권발행 규모는 1년 전보다 43% 급감해 거의 반토막 났다.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2635억달러로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전까지 간 신흥국들의 공통점은 대개 이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막대한 빚을 짊어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인프라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본 나라들이 많다. WB 거시경제·교역·투자 부문 책임자 마르첼로 에스테바오에 따르면 세계 최빈국 약 70개국의 공공부채 규모는 2011~201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18% 증가했다. 에스테바오는 지금의 위기 상황의 씨앗이 팬데믹 이전에 이미 뿌려졌다고 지적했다.

IMF에 따르면 채무위기 위험이 높은 최빈국들의 비율은 2015년 30%에서 지금은 60%로 치솟았다.

이들의 채무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늘었다.
WB 추산에 따르면 중저소득 국가들의 대외부채 규모는 올해 평균 6.9% 증가했다. 9조3000억달러에 이른다.
부채 증가율은 2020년에 기록한 사상최고 증가율 5.3%를 웃돌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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