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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기료 찔끔 올려 한전 적자 메우기는 곤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9 18:29

수정 2022.06.19 18:29

50% 인상해야 적자해소
물가상승률 6% 갈 수도
한국전력이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한 지난 16일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입주민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화상
한국전력이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한 지난 16일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입주민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화상
한국전력공사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세를 반영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지난 16일 제출함에 따라 정부가 20일 전기요금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인상안은 1년에 네 차례 분기별로 조정하게 돼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리는 것으로 인상이 결정되면 당장 7월부터 적용된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분기별 인상한도(연료비 조정단가)를 3원까지 올릴 방침이다. ㎾h당 110원 수준인 현행 전기요금에서 3원이면 2.7% 정도 올리는 셈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쪽에서도 '인상 불가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제는 경제정책 지휘부인 기획재정부의 수용 가능성이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내세우는 기재부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전은 올해 1·4분기에만 이미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적자 5조8601억원보다도 2조원가량 많다. 올해 30조원가량의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가계는 전기요금 인상을 반기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월평균 304kwh를 쓰는 4인가구 주택용 4월 전기요금은 약 3만6918원이다. 전기요금의 소비자물가지수 비중은 1.55%(1000 가운데 15.5)다. 전기요금에 더 민감한 것은 기업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이 유럽 선진국보다 훨씬 많은 것은 산업용 전력 소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2%)을 크게 웃도는 54.8%(2019년)에 이르기 때문이다. 상업·공공용 비중이 30.0%이고, 가정용은 13.4%에 그친다.

정부가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면 이미 5%대 중반을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설 수 있다. 5월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 9.6% 올랐다. 2010년 1월 집계 시작 이후 최고치다. 전기료와 도시가스가 각각 11.0% 올랐고 상수도료는 3.5%, 지역 난방비는 2.4% 상승했다. 공공요금이 오르면 가계가 느끼는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수익성만 따질 것이라면 한전을 공기업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먼저 답해야 한다. 그동안의 낮은 전력요금은 전력 다소비형 산업에 사실상 보조금 구실을 한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려면 현행 요금을 50%가량 대폭 올려야 한다고 한다. 소비자 보호나 국민 수용성을 고려할 때 수용이 어렵다.


한전 독점 구조인 국내 전력시장 구조에서 연료비가 오를 때 요금을 천천히 올리고, 내릴 때도 천천히 반영해 변동성을 줄이고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 전기요금 인상과 6조원 규모의 자구책만으로는 한전의 적자 구조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적절한 전기요금 인상을 기본으로 하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한전의 독점적 지위와 전력도매가격(SMP) 규제 문제 등이 추가로 논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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