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정윤미 기자 = 러시아산 가스 공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국가들이 환경을 지키기 위해 줄이거나 중단하기로 했던 석탄 사용을 다시 늘리기로 했다.
로이터·AFP통신은 독일 정부가 1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소 이후 에너지 수요 보장을 위한 긴급조치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경제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가스 소비를 줄이면서 전기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석탄 화력발전소를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치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을 중심으로 녹색당, 자유민주당(FDP) 등 연립여당이 오는 2030년까지 석탄 사용량을 줄이겠다고 공언한 내용과 상반되는 행보다.
이를 의식한 듯 로버트 하벡 경제장관은 이날 "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선 석탄 사용이 꼭 필요하다"면서도 석탄 사용 증가는 가스 시장 악화에 따른 일시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최근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 가스와 연료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계약을 체결해 러시아산 가스 비율을 55%에서 35%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하벡 장관은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일반 대중과 기업을 상대로 에너지 절약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어떠한 착각에도 빠져서는 안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결전을 벌이고 있다"며 "최우선 과제는 올겨울을 나기 위한 가스 비축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산 가스공급 감축에 석탄으로 눈을 돌린 국가는 독일만이 아니었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이날 러시아산 가스 공급 감소로 인한 전력난 해결을 위해 그동안 가동이 중단된 석탄발전소 재개할 계획을 발표했다.
오스트리아 총리부는 남부도시 멜라크에 위치한 버분드 화력발전소를 재가동 시키기 위해 오스트리아 최대 전력공급업체인 버분드(VERBUND) 그룹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멜라흐 발전소는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석탄 화력발전소로 정부의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 정책에 따라 2020년봄 가동을 중단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우리의 첫번째 목표는 가스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라면서도 "국내 가스 공급의 80%는 러시아에서 온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석탄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지난 14일 러시아가 서유럽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 가동능력을 40% 감축함에 따라 서방의 가스 공급을 제한하면서 가스 가격이 급등해 국내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은 오는 11월까지 각 회원국이 최대 80%가량 가스를 비축하길 권고하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Eni)는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공급량 15% 감축을 일방 통보받은 데 대해 대체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카타르 에너지회사가 주도하는 287억5000만달러(약 37조2312억원) 규모 세계 최대 LNG 프로젝트인 '노스필드 이스트'(NFE)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카타르 에너지회사는 이날 수도 도하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카타르의 LNG 생산량을 연간 7700만톤(t)에서 1억1000만t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걸프만 지하에서부터 이란 영토까지 뻗어있는 노스필드에 전 세계 가스 매장량의 약 10%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