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성격유형 16가지 뿐 검사결과 한계
성격의 장점 살리고 단점 보완해 참고만
맹신하면 개인 다양성 충분히 고려 못해
‘MBTI’ 유행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MBTI 검사 결과에 대한 과몰입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하지만 MBTI 결과를 맹신해 상대에 대해 선입견을 품거나 쉽게 판단하면 상대의 실체와 가치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 20일 오주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MBTI 검사 과몰입의 위험성’에 대해 정리해봤다.
◆MBTI, 16개 성격으로 분류
MBTI는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 모녀가 개발한 성격유형 테스트로, 검사 대상자가 직접 설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측정된다.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유형론'을 이론적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칼 융은 인간의 의식 속에 사고(T), 감정(F), 감각(S), 직관(N)이라는 4가지의 기본 심리 기능이 있다고 보았다. 또 사람은 누구나 이 기능을 사용하지만, 사람마다 발달한 정도가 달라 성격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판단했다.
MBTI 검사는 4가지 측면에서 성격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사교적이고 활발한 외향(E) 유형과 얌전하고 정적인 내향(I) 유형 ▲사실적인 것을 보는 감각(S) 유형과 관념적이고 의미적인 것을 보는 직관(N) 유형 ▲분석적이고 객관적인 사고(T) 유형과 공감적인 성향의 감정(F) 유형 ▲체계적이고 질서정연한 성향의 판단(J) 유형과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성향의 인식(P) 유형이다. 이렇게 분류된 4가지 지표를 알파벳으로 나열하면 (예 ISFP) 총 16개의 성격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이분법적 측정…신뢰도 높지만, 타당도 낮아
보통 심리 상태를 검사하는 척도에 대해 평가할 때 해당 검사가 믿을 만한 것인지,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는 것인지 판단하려면 신뢰도와 타당도를 고려해야 한다. 4가지 지표를 개별적으로 보면, 검사를 반복할 때마다 재현될 확률이 꽤 높아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16개로 나눠지는 성격유형이 재현되려면 4가지 지표가 모두 똑같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재현 확률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각 지표가 반복 검사를 할 때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90%라고 해도 성격유형이 똑같이 나올 확률은 0.9의 네 제곱을 해야 해 약 66%밖에 되지 않는다. 타당도 역시 검사가 얼마나 성격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느냐로 따져볼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 MBTI는 이분법적인 측정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가 보고식으로만 구성돼 있어서다.
MBTI 검사 결과와 실제 성격과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MBTI 검사 자체의 한계점이 있기 때문이다. 분류할 수 있는 성격이 16가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다양한 성격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다. 또 자가 보고 검사의 경우 개인이 스스로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면 실제 성격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신과 진료시 MBTI 대신 DSM-5·MMPI 검사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에서는 MBTI 검사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MBTI의 경우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병적인 부분을 판단하는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성격 문제를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진단 기준에 기반해 판단한다. 문제가 있는 경우 인격 장애를 진단하게 된다. A군(편집성·조현성·조현형), B군(히스테리성·자기애성·반사회성·경계성), C군(강박성·회피성·의존성) 등으로 분류해 진단하고 치료한다.
임상 현장에서는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 검사(MMPI)'를 많이 활용한다. 이 검사는 성격 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다양한 정신 병리에 대해 효과적으로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MMPI-2의 경우 수검 태도를 측정하는 척도, 성격 특성과 정신 병리를 측정하는 척도를 포함해 총 567개의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MMPI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객관적 심리 검사로 알려져 있다.
◆MBTI 틀 안에 갇히기보다 스스로 장단점 보완해야
MBTI는 검사 자체에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나 타인의 성격적인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가볍게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오 교수는 "자신의 성격 역시 MBTI로 평가된 하나의 틀 안에 가두는 것보다는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참고하는 것이 좋다"면서 "사람들의 성격도 다양한 연속선상에 존재할 수 있는데 너무 쉽게 범주화해버린다면 개인의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수 있어 바람직한 방법으로 MBTI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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