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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숨넘어가는데 정치권은 뒷짐지고 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0 18:21

수정 2022.06.20 18:21

삼성 등 줄줄이 비상회의
국회 공백 풀고 제역할을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업들이 잇달아 비상경영전략회의를 열며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삼성전자는 21일부터 전 세계 해외법인장을 한자리에 모아 글로벌 전략회의를 갖는다. 삼성의 이번 회의가 예년과 다른 것은 글로벌 복합위기 국면에서 삼성의 위기의식 역시 비장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의 심상치 않은 경영현실을 거듭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지난달 향후 5년간 반도체 등 45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는 "앞만 보고 가겠다. 숫자는 모르겠고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주말에는 12일간 유럽 출장에서 돌아와 "한국에선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보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훨씬 실감했다"며 "시장에 여러가지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번째도 기술, 두번째도 기술, 세번째도 기술 같다. 열심히 하겠다"였다.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로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세계 정상으로 키워낸 삼성이지만 시스템반도체와 전기차용 배터리, 자동차용 전장 등에선 아직 확고한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비메모리반도체 초격차 등은 앞으로 삼성이 가야 할 길이다. 이를 모색하기 위해 떠난 유럽 출장길에서 이 부회장은 혹독한 기술경쟁을 확인하고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의 전략회의는 이에 대한 대응책을 짜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7일 임원 30여명과 함께 확대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과감한 경영활동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경영시스템을 확 바꿔 위기극복에 나서자"고 했다. 현대차는 내달 국내에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연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전략이 주제라고 한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주재로 지난달 말부터 릴레이 전략보고회의를 하고 있다.

지금 세계경제는 공급망 위기에 고물가, 소비부진까지 겹쳐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41년 만에 물가가 최고로 치솟은 미국은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 6월 소비심리는 사상 최저로 내려갔다. 지난주엔 28년 만에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까지 밟자 주식시장은 폭격을 맞은 듯 휘청했다. 세계 경기전망은 갈수록 비관적이다. 미국 비영리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세계 주요기업 최고경영자 중 76%가 장기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세계시장이 흔들리면서 우리 기업들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급변기 이를 뒷받침할 법적 지원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반도체 고급인력을 키우기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등 여러 후속 작업이 나와야 하지만 소식이 없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끊어내기 위해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적극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국회는 후반기 원 구성도 못한 채 힘싸움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지금 국민은 숨넘어가는 상황"이라며 초당적 대응을 촉구했다.
비상한 경제시국에 정치권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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