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고물가 속 전기·가스요금도 꿈틀…"폭염에 에어컨도 맘껏 못 켜"

뉴스1

입력 2022.06.21 06:01

수정 2022.06.21 09:04

주요 생활물가가 거침없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와 가스등 공공요금도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 News1
주요 생활물가가 거침없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와 가스등 공공요금도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 News1


정부가 7월1일부터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 효과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News1
정부가 7월1일부터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 효과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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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심영석 기자 = 역대 최악의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현상으로 국내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서민들의 삶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식용유, 밀가루 등 오르지 않은 식재료가 없는 데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2100원대 휘발유·경유 가격 등 주요 생활물가가 거침없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더욱이 경북 의성·구미 등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등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 전역에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측되면서 '전기세 무서워 에어컨 틀겠냐'라는 서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당초 20일로 예정됐던 전기요금 인상 발표는 “한전의 자구노력 등을 좀 더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를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며 일단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최소화’란 전제 조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인상’은 기정사실로 된 모양새다.

한국전력은 지난주 정부에 3분기 전기요금을 ㎾h당 3원 올리는 내용의 연료비 조정요금(단가) 사전 고지안을 제출한 바 있다. 지난 2분기 인상폭(11%)에 이어 한전의 인상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전기요금 연내 상승률은 16~17%에 달할 전망이다.

또 지난 4월과 5월 연이어 인상된 가스요금(11%)은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7월과 10월 추가 인상이 확정된 상태다. 다만 정부는 “철도·우편·상하수도 등 중앙·지방 공공요금은 하반기에 동결을 원칙으로 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전기·가스요금이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게 시민들의 입장이다.

대전 동구 가오동 거주 시민 A씨(48·여)는 “폭염과 열대야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중·고생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에어컨을 가동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물가 폭등으로 여름휴가도 쉽지 않은 데다 전기세 걱정에 ‘방콕’도 힘들다. 제발 물가 좀 잡아달라”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470㎾h(주택용 저압기준) 이상을 사용한 가정이라면 누진세가 적용되면서 전기요금이 10만원 이상 나오게 된다.

‘냉방완비’로 손님들을 맞아야 하는 음식점, 카페 등 자영업자들에게도 그야말로 ‘여름은 잔인한 계절’이다.

대전 서구 갈마동에서 40석 규모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51)는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 문을 열어 놓고 있으면 손님들이 그냥 나간다”며 “이제 좀 장사를 해볼 만한 상황이라 냉방비 생각 안 하고 싶다. 하지만 막상 전기요금 고지서 보면 후회될 것”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물류대란, 기후변화로 인한 식자재 수급 불안,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오르지 않은 식재료가 없을 정도로 생활물가도 고공행진이다.

국제 밀 가격이 전년 말보다 43%나 오르면서 이를 원료로 한 Δ곰표 밀가루 중력다목적용(1kg) 1880원(전년동월(1080원) 대비 74.1%↑) Δ옛날국수 소면(900g) 3150원(전년동월(2580원) 대비 22.1%↑) Δ3분 쇠고기카레(200g) 1380원(전년동월(950원) 대비 45.3%↑) 등 소비자 가격도 급등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5.4% 상승해 6%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기준 유가로 적용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배럴당 12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전일 대비 배럴당 1.30달러 상승한 116.29달러에 마감됐지만 20일에는 112.72달러로 전일 대비 2.62달러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경기침체 및 수요둔화 우려, 달러 강세 등으로 당분간 이 범위 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같은 유가 고공행진 속에 서민부담 완화를 위해 오는 7월1일부터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 한도인 37%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당 57원, 경유는 리터당 38원이 추가로 절감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서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 효과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0일 기준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103원으로 지난 2012년 4월18일 가격(2062.55원)을 10년 2개월 만에 갈아치우고 2100원대에 올라섰다.

경유 가격도 지난 13일 기준 2077원을 기록하며 마침내 휘발유 가격(2074원)을 뛰어넘더니 20일 기준 리터당 2115원으로 2100원대를 기록했다.


이밖에 영업용 택시 원료인 LPG 가격도 지난해 11월1일 리터당 1054원으로 1000원대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일 기준 1128원을 기록하고 있다.

식재료 납품업 특성상 여러 대의 냉동탑차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는 C씨(51)는 “유류세 인하 효과는 지난해 11월 잠깐 느꼈을 뿐 아예 없다”며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한데 정부는 핑계만 대고 있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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