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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조순의 경제학원론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사진=뉴스1화상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사진=뉴스1화상
23일 타계한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저서 '경제학원론'(율곡출판사)은 경제학도들이 탐독하는 경제학 분야의 대표적 교과서다. 1974년 처음 발간된 이 책은 2020년 11판까지 나와 애독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5판부터는 고인의 수제자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영식 서울대 교수도 공저자로 나서 최신 이론을 반영한 개정판을 펴냈다.

조순의 경제학원론이 나오기 전에는 제대로 된 경제학 입문서가 없었다. 학생들은 미국의 폴 새뮤얼슨이나 캐나다의 리처드 립시 등 외국 경제학자가 쓴 원서로 공부해야 했다. "선생님 책을 전국에서 교재로 선택하면서 경제학 교과서의 '수입 대체'가 시작됐다." 고인의 제자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고인이 초판 서문에서 "저술 과정에서 막대한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뛰어난 제자 '오수재(五秀才)' 가운데 한 명이다. 나머지 4명은 강호진 고려대 명예교수, 김승진 전 한국외대 대학원장,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박종안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다.

수십년 동안 지켰던 영어학습서의 왕좌를 '맨투맨영어'에 내준 '성문(정통)종합영어'처럼 조순의 경제학원론도 1997년 초판이 출간된 '맨큐의 경제학'(한티에듀)에 자리를 내주었다. 하버드대 그레고리 맨큐 교수가 쓴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부가 팔렸고 국내에서도 1999년 김경환·김종석 교수가 번역해 조순의 경제학원론을 제쳤다. 맨큐의 경제학은 알기 쉽게 쓰고 도표를 많이 활용해 경제학 비전공자나 중고생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쓴 '경제학원론'(문우사)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든다. 두 저자도 고인의 제자여서 스승을 대신해 외국 도서와 맞서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두 사람은 책 서문에 "외국 책으로 경제학에 입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썼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