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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기업들 고환율에 위태위태, 수출까지 발목 잡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4 16:00

수정 2022.06.24 18:21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97.3원)보다 4.5원 상승한 1301.8원에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97.3원)보다 4.5원 상승한 1301.8원에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경제지표에 연일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24일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6월에는 조업일수가 줄고 화물연대 파업 등 요인이 겹쳐 수출이 주춤했다"며 "그 여파로 적자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역수지가 지난달 적자에 이어 이달까지 3개월 연속 적자가 나면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14년만의 기록이다.

연속으로 적자폭을 키우면서 상반기 무역적자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던 1996년(125억5000만달러 적자) 하반기 수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누적 적자액이 155억달러나 된다.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 쌓이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수입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무역적자가 만성화되면 경상수지도 불안하다. 상품, 서비스, 소득수지 등을 합친 경상수지가 올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경고도 계속 나온다. 지난 4월 경상수지는 8000만달러 적자였다. 문재인 정부의 막무가내식 퍼주기로 인해 재정수지 역시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경상수지, 재정수지 둘다 마이너스가 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는 외환위기 이후 25년만이다. 쌍둥이 적자는 국가신용을 떨어뜨리고 대규모 자본유출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24일 "그야말로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고 한 것은 이런 여러 위기의 징후를 반영한 표현이라고 본다.

거듭된 무역적자까지 겹쳐 금융 시장은 이미 충격을 받고 있다.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원화가치는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년만에 1300원선이 뚫렸다. 시장에선 당분간 1300원대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는 환율을 더 밀어올릴 수 있다.

한국 경제 위기때마다 버팀목이었던 기업이 걱정이다. 고물가로 원가 비용이 치솟고 있고 고금리로 자금압박을 받는 가운데 고환율로 수출 발목까지 잡히게됐다. 우리의 경우 원자재를 수입해 이를 가공해 수출하는 산업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런 기업에게 고환율은 기름을 붓는 격이다. 원화가치가 낮아지면 가격경쟁력이 생겨 수출에 호재였던 시절이 있었으나 달러만 강세인 지금같은 상황엔 별 의미도 없다.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업계는 유가급등, 환율상승에 고통의 긴 터널이 시작됐다. 정유업도 마찬가지다.

수출에 비상이 걸리면 무역적자는 더 심해지고 심각한 고환율, 고금리 악순환에 갇힐 수 있다. 대외요인에서 촉발된 지금의 복합위기에 대응책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강도높은 전방위 구조개혁으로 경제 체질개선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는 가능한 정책들은 모두 동원해 기업의 어려움은 풀어주길 바란다. 수출을 가로막는 크고 작은 규제들은 바로 제거하는 것이 맞다.
더불어 각 경제 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하며 다함께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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