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여의도 속풀이] 충돌, 또 충돌…'견원지간' 이준석·배현진 왜?

뉴스1

입력 2022.06.25 06:02

수정 2022.08.17 15:17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악수를 청하는 배현진 최고위원의 손을 뿌리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2.6.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악수를 청하는 배현진 최고위원의 손을 뿌리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2.6.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지난해 11월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1.11.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지난해 11월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1.11.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보수 정당 역사상 보기 힘든 30대 젊은 나이에 출중한 외모. 여당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들이지만, 최근 당내에서 가장 격한 설전을 벌이는 두 사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다.

특히 최근 들어 비공개 회의 폐지, 당 혁신위원회 운영 방향,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문제 등을 두고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가장 최근엔 23일 당 최고위원회의 시작을 앞두고 두 사람 간에 앙금 섞인 제스처가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 대표가 회의장에 들어서자 자리에 앉아있던 배 최고위원이 다가가 악수를 청했으나, 이 대표가 밀어냈다.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의 손목까지 잡았지만 이 대표는 재차 이를 뿌리쳤다. 이후 배 최고위원이 다른 참석자들과 인사한 후 자리로 돌아오며 이 대표의 어깨를 쳤지만 이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애들 장난하듯 정치한다"(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이건 뭐 애도 아니고"(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많은 말들이 오가며 화젯거리가 됐다. 일부에선 "눈은 웃고 있는 걸 보면 진짜 싫은 건 아닌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

지난 20일에도 비공개 회의 폐지를 두고 두 사람 사이에 반말과 고성이 오갔다. 당시 이 대표가 배 최고위원을 겨냥해 "특정인이 참석했을 때 유출이 많이 된다는 내용까지 나오기 때문에 저는 더 이상 이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하자 배 최고위원은 "본인께서 언론에 얘기해서 언론인들이 쓴 걸 지금 누구 핑계를 대면서 비공개회의를 하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이 대표가 "단속해볼까요 한번"고 응수했다.

이를 두고 배 최고위원을 정치에 입문시킨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최고위원은 당 대표와 경쟁 관계는 아니다. 이견은 비공개회의에서는 가능하지만 공개회의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훈수를 뒀다. 이에 난처해진 배 최고위원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가 '악수 패싱' 해프닝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안 의원이 추천한 최고위원 인선안에 대한 이 대표의 반대를 두고 "졸렬해 보인다"(배 최고위원), "지도부 구성을 바꾸는 중요한 문제"(이 대표)라며 대립했다고 보도됐다. 13일엔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에 대해 배 최고위원이 "이준석 사조직"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당내에선 배 최고위원이 최고위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주도권을 갖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 최고위원의 배후에 친윤석열(친윤)계 핵심 인사인 장제원 의원과 이 대표의 오랜 앙숙이자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 의원이 있다는 분석도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배 최고위원은 홍준표계이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맡아 친윤계로도 분류된다.

이 대표가 24일 페이스북에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인가"라는 장 의원의 발언이 담긴 인터뷰 기사를 공유한 뒤 "디코이(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하네요"라고 올린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이 대표는 "다음 주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덧붙였는데, '간장'은 '간철수(간보는 안철수)와 장제원'의 줄임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안 의원과 장 의원의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장 의원은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과 안 의원의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내며 안 의원과 인연을 맺었다. 앞서 안 의원이 국민의당 최고위원 추천 몫에 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인 정점식 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두고 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안 의원과 친윤계가 손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오늘(24일) 올린 페이스북 글을 보면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 배후에 누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배 최고위원보다는 그 뒤에 있는 (장 의원과 안 의원과) 부딪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유승민계인 이 대표와 홍준표계인 배 최고위원은 정치적 노선부터 정치 입문 과정, 출신 배경까지 정치적인 부분에선 결이 많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성격적으로도 자신감이 넘치는 이 대표와 할 말은 해야 하는 배 최고위원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금융맨 아버지를 둔 하버드대 졸업생 이 대표와 학자금 대출을 받으며 어렵게 대학을 다닌 배 최고위원의 너무 다른 출신 배경이 두 사람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이유라는 얘기도 있다.


다만 사적으로는 다같이 식사 자리를 갖고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킨십이 좋은 정치인으로 알려진 배 최고위원 특유의 성격도 한 몫한다고 한다.
다만 최근에는 따로 연락을 주고 받은 적 없다고 이 대표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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