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250톤 몰래 버리고 행정처분 미이행
행정청, 사전통지 생략하고 처분 조치 명령
법원 "절차적 하자 있어…혐의 성립 안 돼"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사업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미신고 처리시설에 몰래 버린 사실이 적발돼 관할 행정청의 처리 명령을 받았다. 행정처분까지 이행하지 않자 재판에 넘겨졌는데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관할 행정청이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행정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3~4월까지 B씨, C씨와 함께 경북 성주군의 한 사업장에서 나온 폐어망 등 폐기물 약 250톤을 경산시에 무단 투기했다.
이를 발견한 경산시는 이듬해 3월 폐기물 전량을 같은 해 5월까지 처리하라는 행정처분을 A씨에게 내렸다.
A씨는 행정처분을 그해 4월에야 인지했고, 기간 내에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았다. 이에 경산시는 3차례에 걸쳐 불법투기 폐기물을 처분했는데, A씨는 결국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경산시가 A씨에게 처분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사전통지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어떤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처분을 하는 경우, 미리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통지해야 한다. 또 당사자에게 반론권과 같은 의견 제출 기회를 줘야 한다.
경산시는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적 상황에 해당됐다고 주장했다. 폐기물 방치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있었고, 폐기물 처리장 근처에 주유소가 있어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 사전통지를 생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행정조치가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봤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10단독 류영재 판사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지난 10일 무죄를 선고했다.
류 판사는 "경산시장이 이 사건 조치명령을 하면서 피고인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22조에 따른 적법한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했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을 예외적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민원 발생, 당시 폐기물 처리장 화재 등으로 전국적 관심사가 됐다는 점 외에 폐기물 투척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구체적으로 감지됐거나 실제 농축산업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류 판사는 "조치명령이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이 그 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폐기물관리법이 성립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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