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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각 세종'까지 찾았다…네이버 이해진의 남다른 '자국 데이터' 집념

뉴스1

입력 2022.06.27 07:01

수정 2022.06.27 14:54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뉴스1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뉴스1


네이버, 제2데이터센터 '각 세종' 조감도 (네이버 제공) © 뉴스1
네이버, 제2데이터센터 '각 세종' 조감도 (네이버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정은지 기자 =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란 별명을 가진 네이버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지난 20일 세종시에 방문했다. 네이버의 두 번째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의 상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GIO는 국내 플랫폼 기업을 대표해 '데이터 주권'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하는 인물이다. "네이버는 G2가 이끄는 디지털 제국주의에 맞서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은 기업이 되고 싶다"는 그의 발언은 지금까지도 IT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선 "국가가 데이터 주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구글과 페이스북과 경쟁할 수 있게 국내외 기업 역차별을 해소해달라"는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GIO가 직접 데이터센터 건축 현장을 방문한 것 역시 '데이터 주권'에 대한 집념의 행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이해진 네이버 GIO, 20일 제2데이터센터 상량식 참석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세종시에서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의 상량식이 진행됐다. 상량식은 건축물의 골격이 완성되는 단계로, 가장 어려운 일을 마쳤다는 의미가 담겼다.

네이버가 세종시 집현동 산 163번지 도시첨단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제2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총 면적 29만3697㎡ 규모를 자랑하는 초대규모 데이터센터다. 네이버의 제1데이터센터인 '각 춘천'의 6배 규모로, 투입되는 예산 규모는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볼 점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겸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직접 데이터센터 상량식에 참석했다는 것. 외부 활동에 크게 나서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라고도 불리는 그가 완공식도 아닌 상량식에 참석한 건 이례적인 행보다.

이날 현장에는 이 GIO를 비롯해 Δ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Δ채선주 대외정책·ESG 대표 Δ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및 시공사 현대건설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 네이버, 2013년부터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쉽게 말해, 데이터센터는 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이다. 네이버 이용자들은 1초마다 7400개의 단어를 검색하고, 2500개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450건의 이미지를 네이버 클라우드에 등록한다. 이외에도 Δ블로그 Δ웹툰 Δ뉴스 등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대규모의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다만 국내 IT기업 중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설립 비용이 상당할뿐더러 대규모 서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운영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 결국 대부분 IT기업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 서버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로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당시 구축 비용으로 1500억원이 소요됐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자체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는 경우가 없었다"며 "네이버는 향후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내다보고 데이터 센터 투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 이해진 "데이터 빼앗기는 건, 매출 빼앗기는 것"

이해진 네이버 GIO의 '데이터 사랑'은 이미 IT업계서 소문이 자자하다. 이따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면 어김없이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역설해왔기 때문. 데이터 주권은 데이터의 소유권을 포함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난 2019년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참석한 이 GIO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정보)를 빼앗기는 건 매출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 GIO는 "유럽은 구글 등에 데이터를 다 넘겨주는 것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은 구글 외에 (네이버라는) 검색 엔진을 갖고 있다는 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이 좋다, 네이버가 나쁘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구글 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모든 세계인들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만 먹고, CNN만 볼 수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아울러 "네이버는 G2 위주의 글로벌 디지털 제국주의에서 끝까지 버티고 저항해서 살아남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며 "후손들이 봤을 때 '네이버가 있어서 우리 마음대로 분석하고 잘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GIO는 지난해 국회에서도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에 주목해달라는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 GIO는 "매출의 25%를 연구비용으로 쓰고 있지만, 해외기업을 상대로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우리는 이미 그들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며 "국가가 데이터 주권을 갖고 있는게 중요하다. 미국 시스템 규제 흐름이 국내 한국 기업 규제로 이어질까 역차별 측면에서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 각 세종, 2023년 2월 완공…"미래 데이터 거점으로"


한편, 네이버의 두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오는 2023년 2월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최소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구축할 수 있어 Δ빅데이터 Δ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산업의 컴퓨팅 환경을 대규모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각 세종'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골리앗에 맞설 전초기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준공된 '각 춘천'이 네이버 서비스를 위한 서버 자원으로 활용됐다면, '각 세종'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 확장을 위한 곳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지난 20일 네이버 제2데이터센터 상량식 현장에서 "'각 세종'은 네이버 미래 데이터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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