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서방은 가난한 태평양 국가가 中에 기대는 걸 비난할 자격 있나?

뉴시스

입력 2022.06.28 11:25

수정 2022.06.28 11:25

기사내용 요약
NYT 솔로몬 제도 언론인 기고문 실어
미 등 무관심할 때 중국 위상 크게 높아져
작고 약하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소국들
친구로 여겨지는 나라들과 함께할 수밖에

[호니아라=신화/뉴시스] 남태평양 도서국 솔로몬제도를 26일 방문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를 예방하고 있다. 2022.05.27
[호니아라=신화/뉴시스] 남태평양 도서국 솔로몬제도를 26일 방문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를 예방하고 있다. 2022.05.2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태평양 군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대한 미국과 호주는 매우 우려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솔로몬제도의 한 언론인이 쓴 "가난한 나라가 중국에 기대는 걸 비난할 수 있나?"라는 기고문을 실었다.

중국과 솔로몬 제도 정부가 비밀 협상에 따라 솔로몬 제도에 중국 군사기지가 들어설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솔로몬 제도 정부는 부인했다.
그러나 미국은 솔로몬에 중국 군사기지가 들어설 경우 태평양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우려스러운 전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호주의 한 정치인은 솔로몬 제도가 "우리와 가까운 작은 쿠바"가 될 수 있다며 조바심을 냈다.

우리 국민들 다수와 마찬가지로 나도 우리 정부가 중국과 협상 내용을 밝히지 않은 것을 우려한다. 중국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이며 우리의 취약한 나라에 어떤 충격이 미칠 지도 우려된다.

그러나 강대국 사이의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최전선에 서 있는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 호주의 우려보다 훨씬 상황이 미묘하다. 미국에 중요한 교훈이 될만하다. 미국은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우리도 안다. 솔로몬 제도는 작고 미국에서 멀며 경제적 비중이 적다. 그러나 우리같은 나라들이 외면당할 때 중국은 각 나라에 맞춰 경제 지원 계획을 제시했다.

수십년 동안 우리는 서방에 기울었다. 미국, 호주 등의 연합군이 2차 세계대전 당시 과달카날 전투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차단한 역사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무시된다는 느낌이 커지고 있다.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새로운 세력에 우리가 문호를 연다고 비난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

솔로몬 제도는 독립한 지 44년이 되도록 국가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연 자원이 풍부하지만 70만 주민의 80% 이상이 생계 유지를 위한 농지를 갖지 못한 상태다. 일자리는 거의 없고 의료제도는 취약하며 많은 어린이들이 잘 먹지 못해 성장하지 못한다. 우리는 기후변화로 지진, 쓰나미, 태풍 피해를 더 많이 당하고 있으며 산호초가 황폐화되고 해수면이 상승해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우린 다른 나라를 탓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서방 지도자들이 중국을 손가락질하며 우리 지도자를 비난한다. "그동안 뭐했느냐?"고 묻고 싶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이 지난 수십년 동안 상당한 지원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미 평화봉사단이 이 곳에 온 것이 1971년이다. 평화봉사단은 22년 전 정치적 혼란기에 모두 철수했다. 솔로몬 제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이미 호주보다 적으며 2010년 이래 크게 줄었다. 언론인으로서 솔로몬 제도 곳곳을 돌아다닌 나는 평화봉사단원들은 물론 미국의 지원 전반이 남긴 혜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서방과 관계에 대해 기억하는 솔로몬 제도 주민들은 거의 남지 않았다. 인구의 75% 가까이가 35살 이하이며 대부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2차 대전 당시 미군과 일본군이 남긴 포탄이 터져 사람이 숨지고 다치는 일 정도가 이곳 주민들에게 서방과의 유대를 일깨운다. 지난해 장래가 유망한 대학생인 내 사촌도 친구들과 함께 숨졌다. 80년 이상 파묻힌 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발탄이 토지 개발을 어렵게 한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우리 나라의 공공 제도를 정비하는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와 직업 훈련이 필요한 젊은 솔로몬 제도 국민들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식구를 먹여살리기 위해 목수와 벽돌공 등과 같은 일을 배워야 한다. 호주의 지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전반적으로 줄었다.

반면 중국의 지원이 수도 호니아라 곳곳에서 목격된다. 솔로몬 제도가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2019년 이래 중국인이 운영하는 건설회사, 철물점, 낚시점, 여행사 등이 지역경제를 차지했다. 이들이 대만과의 오랜 경제관계를 잠식하고 있다. 아직 사람들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다. 중국 건설회사들이 우리 큰 병원을 크게 발전시키는 증축공사를 하고 있고 내년의 퍼시픽 게임을 앞두고 오랜 숙원이던 스타디움을 짓고 있다. 중국의 위상이 태평양 지역 전체에서 높아지고 있다.

솔로몬 제도의 미국과 교역규모는 무시할 만할 정도이며 중국은 월등한 최대 교역국이다. 특히 중국이 이곳에서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취한 조치가 주목된다. 이에 비해 미국과 호주는 미적거리고 있고 호주의 경우 정치인들이 태평양 국가들의 우려를 가볍게 여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과 가까워지는데 따른 부담을 의식하며 지난해 11월 발생한 폭동도 중국에 대한 의구심이 작용했다.

미국과 호주가 다시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호니아라에 미 대사관이 다시 개설될 예정이며 평화봉사단원들이 돌아오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태평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말을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전쟁 당시 그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충심이 영원할 순 없다. 노력해야 유지된다.
작고, 약하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우리같은 나라들은 친구로 여겨지는 나라들과 함께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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