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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어쩌다 '혐오 표현 온상' 됐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연세대 에브리타임 갈무리) © 뉴스1
(연세대 에브리타임 갈무리) © 뉴스1


(연세대 수강편람 갈무리) © 뉴스1
(연세대 수강편람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대학이 이 공간(에브리타임)을 방치하고서는 지성의 전당이라 자부할 수 없다. 연세대가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수업을 통해 '에브리타임'이라는 학생들의 일상적 공간을 민주적 담론의 장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지 모색하고자 한다."

최근 2학기 연세대 수강편람에 게재된 한 강의계획서 내용이다. 이 같은 강의 개설이 예고되면서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혐오' 표현 문제가 사회 현상으로 다뤄지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해당 강의는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교양과목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으로, 오는 9월 개설될 예정이다. 강의는 능력주의, 공정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 이후 8주에 거쳐 에브리타임 관련 연구 분석을 진행한다.

에브리타임은 전국 400여개 대학교 시간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학교별로 커뮤니티 역할도 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말한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이 커뮤니티에서 학생들은 자유롭게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물론 학내 안팎 이슈,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그러나 특정 성(性), 성소수자, 외국인 등에 대한 혐오·비방과 학벌 차별 등의 정서가 여과 없이 표현되면서 에브리타임이 '혐오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에브리타임은 최근 대학 안팎으로 논란이 된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 집회 고소'에서 소송 동참과 의견 동조를 유도하는 주요 창구 역할을 했다.

지난 5월 연세대 일부 학생은 학내 집회를 연 학내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소음으로 인해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를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도 추가로 제기했다.

민사소송을 위해 A씨는 지난 5월15일 에브리타임에 '연세대 불법 시위 대책위원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링크를 올리며 민사소송에 동참할 학생을 모집했다.

'학생회관 앞 불법시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A씨의 글에는 '민원 넣어봤자 쓸모도 없던데 고소 아주 좋아', '현명한 대처', '최소한의 배려도 없음…작작해야지' 등 고소에 동조하는 의견이 댓글로 다수 표출됐다.

이런 가운데 해당 커뮤니티의 역기능을 다루는 내용이 대학에서 정식 교양과목으로 등장했다. 이를 두고 에브리타임의 혐오 표현 문제가 사회 현상으로 다뤄지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강의를 개설한 나 교수는 강의계획서 서두의 '수강 대상'에서부터 '에브리타임 플랫폼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느끼는 학생이라면 더욱 적합하다'고 안내하며 에브리타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2030세대의 비뚤어진 '공정 감각'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나 교수는 "눈앞의 이익을 '빼앗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향해서 어떠한 거름(필터링)도 없이 에브리타임에 쏟아내는 혐오와 폄하, 멸시의 언어들은 과연 이곳이 지성을 논할 수 있는 대학이 맞는가 하는 회의감을 갖게 한다"고 적었다.

이어 "현재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대학 내 혐오 발화의 온상이자 일부의, 그렇지만 매우 강력하게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표를 자처하는 청년들의 공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 교수는 "대학이 이 공간을 방치하고서는 지성의 전당이라 자부할 수 없다. 연세대가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강의와 관련 학생들의 반응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에브리타임을 지적하는 강의계획서가 해당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이용자들은 '이런 걸 가르치냐', '대놓고 편향적으로 수업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등 강의를 비난하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번에야말로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세대에 다니는 B씨(23)는 "에브리타임은 최근 청소노동자 집회 고소 이외에도 각종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혐오 표현이 난무하던 창구였다"며 "강의 개설만으로 상징적이다. 사회 현상으로서 에브리타임 혐오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