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단기대책으론 혹독한 침체 못 넘는다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3 18:54

수정 2022.07.03 18:54

[강남시선] 단기대책으론 혹독한 침체 못 넘는다
고물가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은 여럿 있다. 체감물가는 역시 먹는 것과 밀접하다. "제육덮밥 하나에 9000원이라니, 말이 되나요"라는 한탄 정도는 흔하다. 점심 후 커피라도 한잔 할라치면 1만원은 훌쩍 넘긴다며 한숨이다. 오죽하면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나왔을까.

확산일로인 인플레 못지않게 경기침체에 주목해야 한다. 인플레 이후 깊고 긴 침체가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24일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는 길은 매우 좁다"고 경고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달 22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을 통한 인플레 억제가 경기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 투자은행(IB)들은 경기침체 쪽으로 전망을 수정 중이다. 씨티그룹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50%로 상향했다. 골드만삭스도 15%에서 30%로 높였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침체는 한국 경제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침체 우려가 커지지만 우선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면 한은 또한 '빅스텝'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수출둔화에 직면한다. 미국 경기침체의 공포는 한국 시장에 사실상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지난 1일 코스피지수의 장중 2300 선 붕괴가 실례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고, 원화가치는 급락했다.

주요 경제지표 또한 글로벌 경기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 제조업 경기 가늠자인 구리 값이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수요 또한 하반기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둔화 시기에 나타나는 기업재고 증가가 글로벌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일본 닛케이에 따르면 세계 2349개 제조업체의 3월 말 재고는 1조8696억달러로 전년 말보다 970억달러 증가했다.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 역시 썰렁하다. 한은의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한달 새 4p 떨어진 82로 곤두박질쳤다.

인플레 뒤 공황급 경기침체 조짐이다.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민감한 대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정부는'돈을 더 풀지 않고' 경기추락을 막을 정책조합이 필요하다. 유동성 추가 공급은 인플레 정점이 여전히 모호한 상황에서 물가자극으로 경제 전반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어서다. 가계의 지갑과 기업의 곳간을 열게 하는 세제·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경제 자체의 성장력을 유지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0%에 육박하는 국가채무가 더 늘지 않도록 지출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제조업에 치중된 경제체질을 연구개발(R&D) 중심으로 바꾸고, 산업 구조재편을 통한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 호기로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인플레 뒤 혹독한 경기침체는 단기대책만으론 못 넘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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