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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엄지의 주식살롱] 디폴트옵션 도입,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뉴스1

입력 2022.07.04 06:04

수정 2022.07.0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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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자산운용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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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오는 12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됩니다. 그동안 퇴직연금 계좌 안에 들어있는 돈을 가만히만 뒀다면 원리금상품에 투자되었는데요.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내가 따로 운용하지 않아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진짜 가만히 둬도' 투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도 어느 정도 퇴직연금제도에 대해서 알고, 관심을 둬야 디폴트옵션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고, 내 연금을 불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퇴직연금제도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퇴직연금이란 퇴직금을 회사가 관리하지 않고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위탁기관에서 대신 관리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지난 2005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제정되면서 시행된 제도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은데요. 그냥 회사가 퇴직금을 가지고 있다가 주면 되지 왜 굳이 위탁기관을 통하냐고요? 만약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가 망하게 되면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겠죠?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분의 퇴직금을 더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위탁기관이 퇴직금을 가지고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퇴직연금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IRP입니다. 그리고 디폴트옵션은 DC형과 IRP와 연관이 있습니다. 개인형IRP는 여러분이 보통 추가적인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운용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직장인이라면 여러분의 퇴직연금은 DB형이나 DC형으로 운영되고 있을 거예요.

우선 DB는 defined benefit의 약자입니다. 직역하면 확정된 혜택입니다. 여러분의 퇴직연금이 DB형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회사는 당신의 월급에서 일정한 금액을 금융기관에 위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돈을 회사가 운용합니다. 회사가 운용을 하다 보면 손실이 날 수도, 이익이 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러한 손익은 모두 회사의 몫입니다. 당신의 퇴직금은 고정적으로 갑니다. 회사를 그만둘 때 퇴직하기 전 3개월간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값으로 말이죠. 그래서 DB형은 연봉 인상률이 높은 사람에게 유리한 제도입니다. 결국, 퇴직 전 월급이 퇴직금에 영향을 끼치니까요.

DB형의 평균 수익률이 1%대라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는 회사가 거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돈을 넣어두기 때문입니다. 이익이 나도 회사의 몫이긴 하지만 손실이 나면 그만큼 메꿔서 돈을 줘야 하니까요. 회사는 최대한 원리금을 지키는 게 목표입니다.

DC형은 defined contribution의 약자입니다. 혜택이 확정된 게 아니라, 기여(contribution)를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회사는 마찬가지로 당신의 월급에서 일정한 금액을 금융기관에 위탁할 것인데요. 이 자금의 운용 주체는 회사가 아니라 근로자입니다. 만약 "회사 퇴직연금은 DC형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요?"라고 한다면 아마 원리금보장상품에 가입되어 있을 겁니다. DB형과 달리 DC형은 운용에서 나는 손실과 이익 모두 근로자가 떠안게 됩니다.

여러분이 회사에 사표를 제출한다면 회사에서는 "퇴직금을 입금할 IRP 통장 사본을 보내주세요"라고 할 겁니다. DB형이든 DC형이든 적립된 퇴직연금은 IRP 계좌로만 수령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연금수령을 유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냥 돈을 계좌로 줘버리면 근로자는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 돈을 탕진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IRP 계좌에서 일시불로 돈을 빼낼 수 있는데 이때 상당히 높은 퇴직소득세라는 세금이 떼입니다. 반면 나중에 연금으로 받겠다고 하면 과세가 이연되고, 이후 저율과세를 적용받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습니다.

이제 디폴트옵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디폴트옵션은 DB형은 해당하지 않고, DC형과 IRP에만 해당합니다. 근로자나 가입자가 바빠서 또는 잘 몰라서 해당 퇴직연금 자금에 대해 운용지시를 못 했을 때 지금은 그냥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쌓이게 된다면 디폴트옵션 도입 후에는 사전에 정한 운용방법으로 퇴직연금이 운용되는 것입니다.

"사전에 정한 운용방법이 무엇인데요?"라고 질문할 수 있겠죠.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은행, 증권, 보험사와 같은 퇴직연금 사업자가 각 기업의 디폴트옵션을 구성할 겁니다. 예컨대 A은행이 B기업에게 우리는 디폴트옵션 안정형 MP, 디폴트옵션 성장형 TDF 등 펀드상품과 원리금보장 상품을 결합한 포트폴리오 여러 개를 기업에게 제시하게 되어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은퇴시점을 목표해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알아서 조절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상품이 많이 선택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시한 포트폴리오 중 B기업은 7개 정도를 뽑아 직원들에게 알리고, 직원은 그중 운용하고 싶은 포트폴리오를 선택하게 됩니다.

즉, 우리는 한 번은 선택해야 합니다. 완전히 가만히 있어도 운용을 알아서 해주지는 않아요. 선택의 방법을 쉽게 해주는 거고, 더 전문적인 포트폴리오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개 상품에서 우리는 또 비교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회사는 근로자가 선택할 디폴트옵션안을 정해 퇴직연금규약에 기재하도록 하고요. 아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금융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가 연락이 올 거예요. 6주 동안 아무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알아서 디폴트옵션으로 전환됩니다. 물론 추후에 다른 상품으로 변경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을 왜 도입하나.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야 함에도 27%의 사람들이 어떻게 운용하는지 관심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1년 이내 상품 변경을 하지 않는 사람이 전체 83%였습니다. 그야말로 퇴직연금이 방치되어 있는 거죠. 왜 운용하지 않았냐고 하면 사실 별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각자 살기에 바빠 자산관리할 여력이 없고, 상품 수가 너무 많아 선택하기도 어렵다는 것이죠. 디폴트옵션은 전문가들이 알아서 제안하는 포트폴리오나 상품으로 운용이 바로 되기 때문에 방치된 퇴직연금을 구하고, 운용수익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우리의 역할은 '관심'입니다. 수익률이 월등한 다른 금융회사의 MP가 있다면 퇴직연금 자금을 그곳으로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굉장히 긴장하고 있어요. 디폴트옵션 도입 후 회사마다 운용현황과 수익률을 공시하게 되어 있는데, 여기서 다른 사업자보다 높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고객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겠죠. 금융회사들은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과를 내려고 경쟁할 것입니다. 이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입니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퇴직연금을 가만히 쌓아놓고만 있다는 지적이 있었거든요.

디폴트옵션 도입은 7월12일이라고 하지만 아마 여러분이 체감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10월께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12월 9일 디폴트옵션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전산개발도 해야하는데 아직 적합 상품도 결정되지 않아 시작을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계약한 퇴직연금 사업자의 MP 중 적합한 것을 선택하고, 노동자 대표들과 논의해서 고르고, 우리가 어떤 상품을 선택할지도 남아있는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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